中은 더 크게, 삼성·애플은 섬세하게… 렌즈의 유혹

장형태 기자 2024. 7. 8.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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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해지는 스마트폰 렌즈 경쟁

스마트폰의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 부분이 각 브랜드의 특색을 결정짓는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카메라 렌즈를 더 많이, 더 크게 하는 경쟁이 치열하다. 칼자이스 같은 세계적 렌즈 전문 회사와 협업을 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반면 카메라 렌즈가 모여 있는 이른바 ‘카메라 섬’의 디자인으로 차별화된 정체성을 만들기도 한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카메라 성능을 높이는 반면, 글로벌 양대 브랜드인 삼성과 애플은 고유의 디자인을 내세우고 있다”며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카메라 렌즈가 고객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됐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진경

◇”더 커야 산다” 중국폰 렌즈 경쟁

최근 들어 출시된 바(bar) 형태의 브랜드 대표 스마트폰의 공통점을 꼽으면 카메라인지 폰인지 구분 안 갈 정도로 ‘카메라 섬’ 영역이 커졌다는 것이다. 2억 화소, 10배 광학줌 같은 고성능 카메라가 탑재되면서 카메라가 차지하는 물리적 공간이 확대됐다. 이미지 센서도 기존에는 전문 디지털 카메라에나 탑재되는 1인치 크기의 센서가 들어간다.

중국 샤오미, 오포, 화웨이, 비보 등은 대형 카메라 섬이 탑재된 신제품으로 경쟁 중이다. 특히 이들은 칼자이스, 라이카 등 광학렌즈와 카메라 ‘명가’와 공동 개발한 카메라를 앞세우고 있다. 비보가 지난 5월 출시한 비보X100 울트라는 2억 화소 망원렌즈, 5000만 화소 광각 렌즈, 5000만 화소 초광각 렌즈 등 3개 렌즈를 탑재했다. 카메라 섬 부분이 뒷면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큰 것이 특징이다. 주 카메라인 5000만 화소 광각 렌즈는 1인치 이미지 센서가 들어갔다. 비보는 “렌즈 기업 칼자이스와 협업한 2억 화소 초망원 카메라”라고 했다. 샤오미가 카메라 기업 라이카와 협업해 지난 2월 출시한 샤오미 14 울트라도 4개의 렌즈, 넒은 카메라 섬을 특징으로 한다. 비보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카메라에 주로 들어가는 1인치 이미지 센서가 탑재됐다.

화웨이는 아예 렌즈가 움직이는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지난 4월 선보여 중국 시장에서 품절 사태를 빚은 플래그십 스마트폰 퓨라 70 울트라는 3개 카메라 중 5000만 화소 메인 카메라에 ‘침동식 렌즈’를 넣었다. 침동식은 카메라를 안 쓸 때 기기 안에 렌즈를 넣었다가, 전원이 켜지면 튀어나오는 방식이다. 카메라가 너무 툭 튀어나오기 때문에, 렌즈를 보호하기 위해 안 쓸 때는 넣어두기 위한 기능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디자인적 측면에서 취약한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들은 카메라 성능으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애플은 디자인 요소로 활용

스마트폰 시장 양강인 삼성과 애플은 카메라 렌즈의 배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렌즈 개수가 늘면서 배열에 따라 화각(촬영 가능 범위)과 촬영 각도 등에 차이가 난다. 렌즈 배열 모양이 스마트폰 디자인의 핵심 요소로도 간주된다.

삼성전자는 초광각-광각-망원 순서로 배열해 촬영 모드마다 위아래로 붙은 렌즈끼리만 동작하도록 했다. 렌즈끼리 간격이 멀어질수록 화각이 틀어져 사용자들이 불편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광학적 특성, 디자인 측면, 탑재 공간 효율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자형 배치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애플은 광학, 광각, 초광각 렌즈의 중심을 연결하면 정삼각형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배열이 카메라 모드 전환 때 초점 맞추는 데 드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애플은 특히 소프트웨어 기술까지 더해 렌즈 전환 때 끊김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애플도 툭 튀어나온 카메라 디자인으로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이제는 이 삼각형 디자인이 브랜드의 정체성이 됐다”며 “예전엔 기기의 모서리 곡선이 디자인에서 중요했지만, 이제는 카메라 렌즈의 위치가 디자인의 중심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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