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입 없다”는 대통령실, 사실인가
친윤(親尹) 성향의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한때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당대표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연판장을 준비했다고 한다. 지난 1월 김건희 여사가 명품 가방 문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지만 한 전 위원장이 무시해 사태 해결 기회를 놓치고 총선 패배를 야기했다는 이유였다. 일부 당대표 후보들은 이를 ‘해당(害黨) 행위’로 규정하고 당 윤리위의 징계 필요성을 제기했다. 반면 한 전 위원장은 대통령실과 친윤계를 겨냥, “과거 같은 연판장 구태를 극복하겠다”며 정면 대응 입장을 밝히는 등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내분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일체 개입과 간여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 여사와 한 전 위원장 사이의 개인적인 문자 메시지가 전당대회라는 민감한 시점에 외부로 유출된 이유와 경위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이나 친윤 진영에서 의도적으로 흘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여당 지도부 거취 문제가 나오거나 당내 선거가 있을 때마다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 친윤계는 2022년 윤 대통령과 사사건건 부딪혔던 이준석 전 대표 징계를 요구했고, 비대위 도입을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렸다. 작년 3월 전당대회 때는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나경원 후보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렸다. 윤 대통령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다.
대선 때 후보 단일화 상대였던 안철수 의원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직접 “국정의 적”이라고 했다. 지난 1월엔 한 전 위원장이 ‘명품 가방’ 논란에 “국민 눈높이에서 봐야 한다”고 하자 대통령실이 사퇴를 요구했다. 전례 없는 일이었다. 김 여사 문자 메시지는 윤 대통령의 내락 없이는 외부로 나가거나 문제 삼기 힘든 일이다. 친윤 인사들이 앞다퉈 쟁점화하는데 대통령실이 관여하지 않았다니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총선 후 넉 달이 되도록 선거 패배 원인을 찾는 백서나 당 쇄신책 하나 내지 못하고 있다. 참패의 최대 이유인 윤 대통령 부부 문제는 건드리지도 못했다.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해 ‘2인 대표’라는 기이한 지도 체제도 한때 추진했다. 한 전 위원장이 김 여사 사과 문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건 잘못이지만 이를 이유로 계파 분란을 부추기는 것은 자해나 다름없다. 총선 패배 후 국정을 수습하고 쇄신의 계기로 삼아야 할 당대표 선거가 연판장과 징계론이 난무하는 싸움판이 된다면 윤 대통령에게도 도움 되지 않을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 새 대법관 후보 4명 “마용주·심담·조한창·홍동기”
- SK플라즈마, 인니 혈액제 공장에 인도네시아 국부펀드 유치 완료
- ‘K뷰티’ 훈풍 속 CJ올리브영, 3분기 매출 1조2300억원... 5분기 연속 1조원대
- 롯데면세점, 매출 전년比 8% 올랐지만 영업 손실 기록
- 野 "특별감찰관, 근본 대책 아냐" 한동훈 "文정부 5년간 왜 임명 안했나"
- ‘레드 스위프’ 감세 속도전...美 경제 부흥이냐, 빚더미냐
- 美·中 고래 싸움 격화 예고...韓,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까
- 유재석 울린 ‘박달초 합창단’, 유퀴즈 상금 100만원 기부
- 故 송재림 14일 발인… ‘해품달’ 정일우 “형, 우리 다시 만나”
- [WEEKLY BIZ LETTER] ‘마케팅 천재’ 스위프트, 대중 보복심리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