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험수위 세수 펑크, 언제까지 한은 급전으로 메울 텐가

조선일보 2024. 7. 8.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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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상훈

올 상반기 중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보충하기 위해 한국은행에서 빌려 쓴 급전이 91조여 원에 달했다. 코로나 충격을 막기 위해 재정지출을 급히 늘려야 했던 2020년 상반기의 73조원을 크게 상회한다. 한은 대출은 세입·세출 간 시차에 따른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울 때 임시로 사용해야 하나, 세수 펑크가 본격화된 작년 이후 상설 수단으로 변칙 활용되고 있다.

한은 대출은 새 돈을 찍어 푸는 것이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부작용을 낳는다. 그래서 한은은 정부 차입 한도(50조원)를 정해놓고 엄격한 조건까지 달았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마이너스 통장’처럼 꺼내 쓰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앞 정부가 망쳐놓은 재정을 건전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기업 수익 악화로 세수 여건이 나빠진 데다, 총선을 의식한 각종 선심 정책 탓에 나랏빚은 계속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국채 발행액이 1000조원에 달하면서 지난해 국채 이자를 갚는 데만 전체 예산의 3%에 해당하는 24조여 원을 썼다.

국가 재정은 골병 들었는데, 정치권의 퍼주기 포퓰리즘 경쟁은 도를 더해가고 있다. 지난 4월 총선 땐 소득 하위 80% 대학생 장학금 지급, 초중고생 연 100만원 바우처, 1인당 25만원 민생 지원금, 8~17세 수당 월 20만원 등 여야 할 것 없이 퍼주기 공약을 쏟아냈다. 급기야 민주당은 ‘전 국민 25만원’ 공약을 이행하겠다며 추경예산 편성 문턱을 대폭 낮추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반도체 경기 회복과 수출 호조세로 세수 여건이 호전되고는 있지만, 당장 올해의 세수 부족액만 10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수 구멍을 한은 대출로 메우는 변칙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효율성이 떨어지거나 불요불급한 지출의 고강도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 정치권 스스로 포퓰리즘 폭주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게 분명해진 만큼 재정 적자 폭을 법으로 제한하는 재정 준칙의 법제화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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