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시론] 비물질 공간에 내리는 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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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는 생각보다 똑똑하다. 다른 새의 꽁지깃을 잡아당겨 식사를 방해한 후 먹던 것을 뺏어 먹는 것이 그들의 습성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먹이를 빼앗아 먹기 위해서만 하는 행위는 아니다. 단지 자신의 재미를 위해 잡아당기는 경우도 볼 수 있다. 그들이 이길 수 없는 맹금류에게는 등 뒤로 다가가 올라가 노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몰라도 까마귀 위에 까마귀가 앉기도 한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보았던 게시물에 적혀 있던 정보입니다.
과연 이것이 우연히 찍힌 사진에서 비롯된 상상일지, 충분히 관찰과 연구가 이루어진 사실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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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는 생각보다 똑똑하다. 다른 새의 꽁지깃을 잡아당겨 식사를 방해한 후 먹던 것을 뺏어 먹는 것이 그들의 습성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먹이를 빼앗아 먹기 위해서만 하는 행위는 아니다. 단지 자신의 재미를 위해 잡아당기는 경우도 볼 수 있다. 그들이 이길 수 없는 맹금류에게는 등 뒤로 다가가 올라가 노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몰라도 까마귀 위에 까마귀가 앉기도 한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보았던 게시물에 적혀 있던 정보입니다. 지능이 높기 때문에 다른 새들과는 달리 유희를 즐기기 위해 주변 도구나 생물을 이용할 줄 안다는 내용이었죠. 과연 이것이 우연히 찍힌 사진에서 비롯된 상상일지, 충분히 관찰과 연구가 이루어진 사실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하죠.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정보를 의심하기 보다, 보이는 그대로 믿어버리고 나의 세계로 들여버리는 일이 빈번히 일어난다는 것.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에는 이러한 출처를 알 수 없는 파편화된 정보들이 도처에 널려 있습니다.
비둘기처럼 도심에 살고 있는 새들은 곳곳에 붙은 맹금류 사진이나 실루엣 스티커를 보는 것만으로도 겁을 먹고 근처에 다가오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버드세이버(Bird saver)’라는 이름으로 방음벽이나 도시에 높다란 유리 곳곳에 붙어있죠. 심지어 서울 마포구의 합정역에는 눈을 부라리는 독수리 얼굴만 인쇄, 부착해 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에서는 인공구조물에 의해 매년 야생조류가 780여만 마리가 폐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어디선가 퍼지기 시작한 파편화된 정보와 인식의 확산에서 생긴 오류가 만들어낸 풍경이었습니다.
모바일 사회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손안에 쥐어진 스마트폰은 그 몸집을 거대하게 불려가며 오늘날 아주 작은 부분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휴대폰이라는 하드웨어가 만들어내는 비물질의 소프트웨어, 가상공간은 물질의 에너지를 갈구하고 소모하게 합니다. 이 안에 뿌려진 많은 정보는 효율성을 높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출처도 명확하지 않은 것들의 범람으로 우리를 길 잃게 만들기도 하죠. 빠르게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진실과 거짓의 구별이 사라진 채 유통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환경 속, 손 안에 쥐어진 작은 유리판을 통해 조금씩 확장하며 완성해 가는 우리의 세계는 어쩌면 실제와 달리 어긋난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구글어스와 클라우드 위에 새로이 마련한 거주지에 더욱 잘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오늘도 붓을 듭니다. 0과 1의 질서에 의해 짜인 좌표 위를 부유하다 올바른 곳에 닻을 내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봅니다. 제가 그리고 당신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비물질 #까마귀 #맹금류 #꽁지깃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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