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정쟁 얼룩진 민주당 미국 출장
지금 국내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주원인 중 하나는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사실(事實)을 보고 진실(眞實)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당 사람들이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정부·여당을 도와주겠다”고 말하는 대외 문제에 있어서도 이런 일이 부지기수로 벌어진다. 나라의 녹을 먹으며 쌓아 올린 경력을 바탕으로 금배지를 단 이들이 특정 정파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면서 그러지 말아야 할 외교·안보 현안도 정쟁으로 얼룩지고 있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2대 국회 개원 후 처음 미국을 방문했다.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 의장, 헤리티지 재단같이 미국 보수로까지 진보 정당의 외연을 확장한 건 평가할 부분이다. 그런데 진심은 따로 있었다. 미국 일정을 전후해 가진 기자회견과 특파원 간담회에서 “정부가 남북 관계를 충돌 일보 직전까지 몰고 가자는 것인지 의아스럽다” “한·미·일 군사 협력 일방에 치우친 편향 외교로 동북아 안정을 허물고 있다”고 했다. 미 조야(朝野)에서 이런 얘기를 꺼냈다면 면박을 당했을 것이다.
인과관계를 호도하는 건 예삿일이었다. 한 의원은 북·러 밀착이 “윤석열 정부 강성 외교의 결과물”이라고 했고, 또 다른 의원은 “윤석열식 이념 편중 외교가 푸틴 방북을 낳았다”고 했다. 선량한 시민을 때린 깡패를 타이르기보다 ‘왜 맞을 짓을 했냐’는 논리다. 이 당의 실력자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자극했다”고 말했던 것이 겹쳐 보였다. 누가 먼저 핵 폭주를 해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켰고, 누가 먼저 대북 제재를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는지도 얘기하지 않았다. 국내 문제를 이렇게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다뤘다면 국회가 지금과 같은 파행을 겪지는 않았을 것이다.
‘러시아와의 외교’나 ‘한국형 외교 좌표’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공허했다. 우리가 방관하고 노력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방이 참석을 마다한 러시아 대통령 취임식에 대사를 보냈고, 러시아 외교 차관의 방한도 공들여 성사시켰다. 지난해엔 외교부가 ‘살상 무기 지원’ 노래를 부르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를 불러 주의를 주는 일도 있었다. 이런데도 우리의 뒤통수를 친 게 러시아다. 우리의 동맹과 우방, 유사 입장국들은 푸틴을 전범(戰犯) 취급하고 있는데 달려가서 읍소라도 하자는 건가. 야당 지지자들 표현대로라면 이게 나라인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의 한 의원은 방미 기간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고, 며칠 전 “정신 나간 국민의힘” 발언으로 이른바 ‘개딸’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치르며 내심 최고 득표도 노리고 있다. 민주당이 진정 수권(受權)을 생각하는 정당이라면, 굳이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까지 나서서 정쟁 한 스푼을 더해야겠나. 정말로 비기(祕器)가 있어 적확한 대안을 제시한다면 국민들이 먼저 정부에 시정을 요구할 것이다. 정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22대 국회의 첫 미국 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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