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452] UFC와 주술
주술로부터 벗어나는 탈주술(脫呪術)이야말로 문명화의 척도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AI 인공지능이 활개 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주술은 멸종되지 않고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으니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치열한 삶의 현장일수록 주술이 존재한다. 죽음이 가깝기 때문이다. 주술과 죽음은 맞물려 있다. 피, 땀, 눈물을 흘리면서 생존에 몸부림치는 삶의 현장. 그 현장을 보여주는 격투기에서 주술이 피어난다. 철조망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옥타곤 게임은 2000년 전 로마의 콜로세움을 압축한 것이다. 콜로세움의 그 검투사들이 환생해서 21세기의 옥타곤이 밥벌이의 무대가 되었다.
얼마 전에 라이트헤비급의 브라질 페레이라와 체코의 프로하스카의 대결은 ‘주술’까지 개입된 경기였다. ‘푸른 눈의 사무라이’라는 별명이 있는 프로하스카. 사무라이가 경기 전에 페레이라를 향해 ‘야! 주술의 도움이 없이 우리 맨몸으로 붙어보자’는 인터뷰를 남겼다. 페레이라가 무슨 주술을 하기에 프로하스카는 정색을 하고 이런 말을 했을까? 페레이라는 경기장에 들어올 때 특유의 의식을 한다. 활을 쏘는 동작이다. 남미 원주민의 토속적 리듬에 맞춰 몇 발자국을 걸으면서 양손으로 활을 당기는 시늉을 한다. 원주민의 북 장단에 맞춘 걸음걸이와 활 동작도 일종의 주술 의식인 모양이다. 페레이라 주변에 남미의 주술사가 붙어 있다는 소문도 있다.
남미의 주술에 대항하기 위해 프로하스카도 조치를 취했다. 시합을 앞두고 3일간 컴컴한 방에 들어가 밖에 안 나왔다. 오직 물만 먹으면서 정신 집중을 했다고 한다. 이것도 크게 보면 주술에 속한다. 주술사의 백업을 받는다고 알려진 페레이라가 인터뷰 때 쓰고 나오는 컬러풀한 조우관(鳥羽冠)도 필자가 보기에는 매우 인상적인 패션이다. 새의 깃털로 만든 모자가 조우관이다. 북미의 인디언 추장들도 썼던 조우관이다. 독수리의 깃털이 주재료이지 않나 싶다. 이 관(모자)은 고구려 사람들의 상징이었다. 7세기 중반 사마르칸트의 아프라시압 궁전의 사신도를 보면 고구려 사람들은 머리에 두 가닥의 큰 새 깃털을 꽂은 모자를 쓰고 있다. 조우관은 새를 토템으로 숭배했던 샤머니즘이자 주술에서 유래한 것이다. 죽은 사람의 시체 살 덩어리를 독수리가 물고 하늘로 올라가기 때문에 사람의 영혼을 운반하는 새(독수리)를 신령하게 여겼다. 페레이라 주술의 상징인 남미의 조우관은 그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면 고구려 조우관과 바탕이 같은 ‘주술 패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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