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27] 호수

문태준 시인 2024. 7. 7.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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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하경

호수

네가 온다는 날

마음이 편치 않다

아무래도 네가 얼른

와줘야겠다

바람도 없는데

호수가 일렁이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나태주(1945-)

짧지만 여운이 길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이, 그리움이 크고 넓기 때문일 것이다. 그이가 온다는 기별을 받은 후로 시인의 마음은 가만한 상태로 있지 못한다. 애가 탄다. 조마조마하고, 마음을 졸인다. 시간을 끌지 않고, 지체 없이 왔으면 하고 바란다. 시인은 이 마음의 상태를 호수에 견준다. 바람이 한 점 없는데도 호수의 수면에 잔물결이 일어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은 그리움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태주 시인의 시편은 우리 마음에 잠자고 있는, 사모하는 마음을 깨운다. 시인은 시 ‘그 집 1′에서 “그 집에는 그리움이 살고 있다/ 그리움은 목이 긴 도라지꽃/ 연보랏빛”이라고 썼다. 사랑의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과 공손한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놀라운 에너지가 시인의 시편에는 들어 있다. 시인은 1971년에 등단했고, 최근에 52번째 시집을 펴냈다. 시 ‘섭섭한 말씀’을 읽어보면 시인이 등단했을 때 박목월 선생이 “서울 같은 데는 올라올 생각 아예 말고/ 시골서 시나 열심히 쓰게”라고 신신부탁하셨다는데, 당시에는 서운했을 그 당부를 참 잘 받든 셈이니 두 분의 인연이 귀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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