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애국시인과 유명시인
中에 집터 남아있다는 이유만으로
중국 조선족 시인이 될 수 없어
중국식 애국프레임에서 놓아주길
최근 백두산에 다녀왔다. 연길공항을 통해 들어가 연변조선족자치주 연길 시내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윤동주는 조선 민족의 독립을 위해 시를 썼고, 시로써 저항했다. 이는 2010년 공개된 일본의 판결문에 본적이 함경도라고 돼 있고, 당시 재판 기록에 명시된 혐의가 조선 민족의 독립, 내선일체 부정 등인 데서도 명백히 드러난다. 특히 시인 스스로가 디아스포라적 정서 속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조선인으로 규정했다는 것은 그의 작품 곳곳에서 표현된다.
윤동주의 대표작 ‘별 헤는 밤’에는 그가 “멀리 북간도에 계신” 어머니를 그리며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을 불러보다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을 언급하는 대목이 있다. 어디까지나 중국이 ‘이국’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윤동주 생가에는 그가 썼던 많은 시들이 중국어로 번역돼 원본보다도 앞서 돌과 기둥 등에 새겨져 있었지만 ‘별 헤는 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주장까지 보태면 양쪽으로부터 비난받을 수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최근 중국이 백두산을 ‘창바이산’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해 달라고 신청한 것을 두고 ‘백두산의 중국화’라든가 “중국이 백두산을 빼앗으려 한다”는 등의 우려가 나오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물론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역사 왜곡까지 이어지는 것은 경계하고 대응책을 강구해야겠지만 분쟁 지역도 아닌 엄연한 자국 영토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어떻게 막거나 비난한단 말인가. 백두산은 4분의 3이 중국 땅인 만큼 나머지 4분의 1을 가진 북한과 소통해 북·중 공동 등재를 시도하는 방안 정도가 현실적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백두산 중 4분의 3이 중국 땅이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윤동주가 조선 독립을 꿈꾼 ‘애국 시인’이라는 것도 사실의 영역이다. 언젠가 다시 용정시를 찾을 때는 바뀐 안내석 문구를 볼 수 있길 바란다.
이우중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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