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호섭의전쟁이야기] 제2차 레바논 전쟁이 주는 교훈

2024. 7. 7.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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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 일어난 제2차 레바논 전쟁에서 세계 최강의 군대 중 하나인 이스라엘군이 무장단체에 불과했던 헤즈볼라에 고전하는 모습은 전쟁을 연구하는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결국 가장 원시적인 대(對)반란전과 최첨단 전쟁의 추구라는 현실과 이상의 간극 속에서, 이스라엘군은 과거의 지휘관들이 기동전에서 보여줬던 유연한 사고를 하지 못한 채 다수의 전차가 헤즈볼라의 대전차 공격에 패퇴하였고, 효과중심작전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전쟁에서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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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 일어난 제2차 레바논 전쟁에서 세계 최강의 군대 중 하나인 이스라엘군이 무장단체에 불과했던 헤즈볼라에 고전하는 모습은 전쟁을 연구하는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일부 연구자들은 헤즈볼라의 전쟁 수행 방식에 주목했다. 실제로 헤즈볼라가 보여준 전쟁 수행은 독특했다. 일례로 한 달여간의 전쟁 기간 헤즈볼라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조금씩 나누어 로켓을 발사했다. 일시에 발사하여 ‘충격과 공포’의 효과를 노리는 통상적인 로켓 운용과는 달리, 로켓 공격으로 이스라엘 국민을 지치게 만들고자 했던 것이 헤즈볼라의 의도였다. 여기에 로켓을 가옥에 분산 배치하여 숨김으로써 이스라엘의 공격을 피하고, 공격을 받게 되면 이스라엘을 민간시설을 공격한 범죄자로 몰아갈 수 있었다. 특히 헤즈볼라는 일종의 프로파간다로 언론매체와 SNS에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부서진 건물 잔해 위에 아이의 인형이 놓여 있는 사진을 널리 퍼뜨렸는데, 이는 ‘나쁜 놈은 이스라엘이야’라는 인식을 만들어냈다.

한편 헤즈볼라의 이스라엘군 살해와 납치에 대한 보복으로 시작한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전략 목표는 처음부터 불분명했다. 만약 헤즈볼라를 굴복시키려고 했다면 헤즈볼라에 충분한 군사적 압박을 가해 행동을 변화시켜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남부레바논을 공격하는 이스라엘군의 모습.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왜 군사적 압박을 성공적으로 가하지 못했던 것인가? 4차 중동전쟁 이후 1979년 캠프데이비드 협정으로 이집트와 화해하면서 이스라엘군은 오랜 기간 고강도 정규전에 대한 경험을 잃게 되었다. 2000년대 와서 본격적으로 미국식 군사혁신을 하게 된 이스라엘군은 공군과 최첨단 정밀유도무기를 바탕으로 한 효과중심작전을 추구했고, 지상전에서는 개별 지휘관의 창의적인 작전술을 대체하여 표준화된 작전 디자인을 강조했다. 이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탈영웅주의 사조와 인명 피해에 민감한 여론을 관리하기에도 적합한 방식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 기간에 이스라엘군은 실제로는 가자지구와 남부 레바논에서 치안유지를 목표로 한 저강도 비정규전 수행에 집중했다. 결국 가장 원시적인 대(對)반란전과 최첨단 전쟁의 추구라는 현실과 이상의 간극 속에서, 이스라엘군은 과거의 지휘관들이 기동전에서 보여줬던 유연한 사고를 하지 못한 채 다수의 전차가 헤즈볼라의 대전차 공격에 패퇴하였고, 효과중심작전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전쟁에서 실패했다.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이스라엘이 이 전쟁의 실패를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이후 군을 다시 변화시키려고 노력해 왔다는 점이다. 그 결과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하마스전쟁에서 그 이스라엘군은 전쟁의 주도권을 잃지 않고 가자지구에서 효과적인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제2차 레바논 전쟁에서 비록 절대적인 전력상의 열세에 처했으나 창의적으로 전쟁을 수행하여 승리한 헤즈볼라의 지혜와 군대의 큰 실패와 위기를 변혁의 계기로 바꾸는 이스라엘의 유연성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그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심호섭 육군사관학교 교수·군사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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