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문병기]혼돈의 美 대선에 세계는 더 위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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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대선 TV토론 참패가 불러온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안팎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선 후보에서 자진 사퇴하라는 압박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에서 중도 하차하건, 노욕(老慾)이란 손가락질을 견디며 대선을 완주하건 이번 사태로 11월 열릴 미 대선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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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대선 TV토론 참패가 불러온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안팎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선 후보에서 자진 사퇴하라는 압박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대선 완주 의지를 굳힌 바이든 대통령은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지만, 바이든 대통령 가족과 참모들이 건강 상태를 숨겼다는 의혹마저 불거졌다. 지지층과 후원자, 민주당 내에 퍼진 공포를 단기간에 극복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토론과 검증 사라진 ‘깜깜이’ 美 대선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에서 중도 하차하건, 노욕(老慾)이란 손가락질을 견디며 대선을 완주하건 이번 사태로 11월 열릴 미 대선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선 1968년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이 재선 포기를 선언한 전례를 들며 바이든 대통령의 용퇴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이 넉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가 교체되는 것은 248년의 민주주의 역사를 가진 미국에서도 ‘사상 초유의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 사태의 영향은 미국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공화당이 “후보 교체는 바이든 대통령이 더 이상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의미”라며 권력 이양을 요구할 정도로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은 상처를 입었다.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두 전쟁에 최근 러시아와 안보 조약을 맺은 북한의 잇따른 도발, 이란의 핵 개발 가속화 가능성 등 11월 대선 또는 내년 1월 새 대통령 취임식까지 살얼음판 국제 정세는 더 크게 영향을 받게 됐다.
무엇보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토론과 검증이 실종되고 있는 점이 우려스럽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 캠프는 대선을 앞두고 공개하는 공화당 정강·정책을 간소화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 정강·정책에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이 담길 예정이다. 민주당 내홍이 커지면서 승기를 잡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증을 차단하려는 의도다.
다급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안한 무제한 토론을 받아들였지만, 설령 두 후보가 다시 마주 앉더라도 제대로 된 토론이 이뤄질지 미지수다. 세간의 이목은 온통 바이든 대통령이 횡설수설하지는 않는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얼마나 거짓말을 하는지에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거 대선 TV토론에선 외교안보 현안이 대통령의 자질을 검증하는 주요 쟁점이 되곤 했다. 2020년 TV토론에선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문제를 두고 충돌했고, 2016년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방위비 분담금 증액부터 한국 등 동맹국들의 자체 핵무장 가능성까지 구체적인 현안이 논의됐다.
하지만 올해 대선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을 추진할 것인지,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비전은 무엇인지, 북-러 밀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등 세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끝내 제대로 듣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과도기 국제질서 더 큰 혼란 빠질 수도
미국의 현실주의 정치학자 랜들 슈웰러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는 1일(현지 시간)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세계 질서는 자신이 구축한 질서를 낭비로 보고 스스로 약화시키는 패권국에 의해 붕괴한다”고 지적했다. 두 개의 전쟁과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의 밀착 속에 치러질 올해 미 대선이 더 큰 혼란으로 이어지진 않을까 걱정스럽다.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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