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조종엽]봄, 여~름, 갈,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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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의 한 도심 농원에서 대표적 열대과일인 바나나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의 노지에서 열매가 열렸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이례적인 결실엔 지난해에 이은 기록적 더위도 한몫했을 것이다.
지난달 서울은 평균 최고기온이 30.1도로 근대적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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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의 한 도심 농원에서 대표적 열대과일인 바나나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도 근래 들어 바나나 온실 재배가 충남북과 경북 선까지 확대되긴 했다. 그러나 서울의 노지에서 열매가 열렸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이례적인 결실엔 지난해에 이은 기록적 더위도 한몫했을 것이다. 기후변화 영향으로 지난해 전국 연평균 기온은 기상관측망이 확충된 1973년 이래 가장 높은 13.7도에 이르렀다. 지난달 서울은 평균 최고기온이 30.1도로 근대적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웠다.
▷여름은 계속 길어지는 추세다. 기상학적 정의로 요즘은 일 년 중 넉 달이 여름(일 평균 기온이 20도 이상으로 오른 기간)이다. 1912∼1940년엔 여름이 평균 98일(6월 11일∼9월 16일)이었는데, 2011∼2020년엔 29일이 늘어 127일(5월 24일∼9월 28일)이 됐다. 가을은 짧아져 온 듯하면 간다. 그래서 여름은 길게 발음해 ‘여∼름’, 가을은 짧게 ‘갈’이라는 농담도 나온다. 기상청이 이런 실정을 반영해 통념상 3개월씩으로 나뉜 계절의 길이를 재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제 중반으로 접어드는 장마는 예측이 어렵다. 게릴라성으로 열대성 스콜 비슷하게 집중호우가 내린다. 낮엔 갰다가 밤에 ‘야행성 폭우’가 내리기도 한다. 장마 기간은 길어지는 추세다. 원래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까지가 전통적 장마철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선 8월에 강우량 곡선이 재차 산 모양을 그리며 9월 하순까지 2차 강수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더워진 대기가 수증기를 더 많이 머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젠 장마가 아니라 ‘우기(雨期)’로 불러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남해안까지로 한정됐던 아열대 기후가 점차 북쪽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지난달엔 아열대 곤충인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극성을 부렸고, 뇌염모기의 출현도 빨라지고 있다. 한라봉이 아닌 ‘경주봉’이 나온 건 벌써 옛말이 됐다. 망고와 파파야 등도 경북 등지에서 재배된다. 바다도 뜨거워져 제주도 앞바다엔 열대의 맹독성 바다뱀이 출현했다. 24절기 중 ‘작은 더위’라는 뜻의 소서(小暑)는 7월 6, 7일이지만 이젠 씨 뿌릴 때라는 망종(芒種·6월 5, 6일)이나 하지(6월 21, 22일) 즈음이 어울리는 것 같다.
▷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지난해는 기록상 지구가 가장 더웠던 해였다. 하지만 5년 안에 새 기록이 쓰일 가능성이 86%라고 한다. 폭염 발생은 산업화 전보다 세 배 가까이로 증가했고, 발생 시 강도도 강해졌다. 온실가스 배출이 줄지 않으면 이런 현상이 앞으론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바나나야 흥밋거리라지만 그런 기후에 사람이 적응할 수 있을까가 문제다.
조종엽 논설위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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