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춤은 누구겁니까

조정인 2024. 7. 7.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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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보다 19회Ⅱ] 춤은 누구겁니까

10년 전,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한 싸이의 강남스타일.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말춤’을 따라 추며 즐기고 있습니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 ‘말춤’을 만든 사람은 누굴까?

싸이 뒤에서 춤을 추고 있는 이 사람. 이주선 씨가 바로 세계인을 말춤 추게 한 안무가입니다.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만든 안무가 이주선


<인터뷰>이주선/'강남스타일' 안무가
노래를 주고 싸이 씨가 미국에 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제 안무를 짜서 보내줬죠. 보내줬더니 바로 전화가 오더라고요. 이거 뭐야. 완전 난리 나서 너무 좋다고.

싸이의 예감대로 노래와 춤은 전 세계를 휩쓸었고 K팝 최초로 유튜브 조회 수 52억 회를 넘어섰습니다.

당시에만 1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한 강남스타일.

안무를 직접 짰던 이주선 씨는 얼마나 벌었을까요?

<인터뷰>이주선/‘강남스타일' 안무가
안무비를 기본적으로 받았고, 싸이 씨가 보너스 식으로 챙겨준 게 조금 있어요. 그 외에는 사실은 지금 생각해 보면 어마어마한, 좀 조심스러운데 예를 들어서 유튜브에 1원씩만 받아도 사실은 뭐 몇십억 몇백억 이렇게 되거든요.

댄스 챌린지 열풍이 SNS를 휩쓸고 있는 요즘.

하지만 정작 안무를 만든 안무가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없습니다.


<인터뷰> 리아킴/K팝 안무가
저는 원밀리언의 대표이자 초대 한국안무저작권협회 초대 회장을 맡게 된 리아킴입니다.


<인터뷰> 리아킴 /K팝 안무가
케이팝 산업 안에서 퍼포먼스를 필요로 하잖아요. 안무를 주기도 하고 또 트레이닝부터 시작해서 아니면 뭐 전체적인 기획에 참여하기도 하고 하는 역할들을 하고요. 섹시한 안무를 갈지 아니면 파워풀한 안무를 할지, 그런 컨셉 방향 아이덴티티 설정하는 것도 안무가의 역할 중에 하나라고 보시면 돼요.


<인터뷰>최영준/K팝 안무가
트레이닝해서 무대에 올리는 것까지가 저희 역할이에요. 무대에서 어떻게 서 있어야 하는지 이 부분을 부를 때는 곡의 각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손가락을 몇 개를 펴야 하는지까지도 다 트레이닝합니다.


<인터뷰>백구영/K팝 안무가

'케이팝은 안무 빼면 시체다' 뭐 이런 말씀을 해주시기도 하고 그런 것들을 보면 굉장히 우리가 안무가로 살아오면서 정말 케이팝에 그래도 기여를 하긴 했구나….

전 세계에서 K팝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 댄서들.

<인터뷰>래텀(브라질)/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수강생
이런 춤이 좋았어요. 저는 좀 강한 동작을 좋아해서 이렇게 힘을 쓰는 움직임이 좋아요.

이곳에서 안무를 배워 K팝을 세계 곳곳에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합니다.

<인터뷰> 최영준/K팝 안무가
미국이 뭔가 춤의 본고장, 힙합의 본고장 이래서 항상 배우러만 갔었거든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근데 최근에 너무 많이 바뀌고 있어요. 춤을 배우러 한국에 오는 경우가 너무 많아지고 있죠.

K댄스의 힘을 의식한 기획사들은 안무에 더 공을 들이는 추세입니다.

<인터뷰>리아킴/K팝 안무가
최근의 흐름으로는 여러 군데 안무 의뢰를 해요.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들만 뽑아서, 합쳐서 이걸 데뷔 안무 아니면 컴백 안무로 하는 경우가 많이 있죠.

아이돌의 표정, 손끝 하나까지 빚어낸 칼군무는 K팝 신화의 숨은 주역이기도 합니다.


K팝 아이돌 ‘이븐’과 ‘에버글로우’ 멤버가 SNS에 올릴 영상을 찍고 있습니다.

<녹취> 한 번 맞춰봐도 될까요? 네 손동작~이것만 있으면 돼요.

<인터뷰>지윤서 / ‘이븐’ 멤버
음악 방송을 도는 기간에는 최대한 많은 아티스트랑 같이 한 번 챌린지를 찍어보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고..

뮤직뱅크에 출연하는 대부분 아이돌은 이곳에서 챌린지 영상을 찍습니다.

<인터뷰> 지윤서 / ‘이븐’ 멤버
챌린지를 올려서 많은 분들이 이렇게 같이 참여를 해 주시면 해 주실수록 더 많은 분들이 저희 음악을 알게 되니까 그런 부분에서 홍보성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챌린지는 누구나 SNS에 짧은 영상을 올리고 따라 하는 일종의 인터넷 놀이입니다.

<인터뷰> 이동영 / 직장인
칠릿이라는 댄스크루가 있는데 그 크루가 BI 테이스티를 이렇게 챌린지 하는 걸 봤거든요. 근데 그 영상이 너무 좋아서 (따라) 찍게 됐죠.

챌린지 중에서도 댄스, 그 중에서도 K팝 댄스는 반응이 가장 빠르고 좋습니다.

<인터뷰>김지민 / 직장인
바이럴이 잘 되는 거는 보통 케이팝. 그거는 아무래도 저희가 최대한 멋있으려고 영상을 찍으려다 보니까 거기서 오는 반응들은 되게 좋은 것 같아요.

20년 만에 다시 유행한 미나 ‘전화 받아’ 챌린지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20년 전 나온 노래가 다시 세계적인 인기를 얻기도 하고 다시 차트를 역주행하기도 하기도 합니다.

누구나 쉽게 따라 하고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릴 수 있지만, 안무 역시 그림이나 음악과 마찬가지로 저작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진익 / 변호사
저작권이라는 것이 창작자가 표현한 창작물인데 그것이 그림이 될 수도 있고 글이 될 수도 있고, 안무는 어떤 신체의 동작 이런 것을 연속적으로 배열 배치한 것인데, 그런 것들이 하나의 창작성을 띄어서 저작물로 되는 것이 안무 저작권입니다.

강남스타일을 대표하는 ‘말춤’

말춤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데는 독특한 그루브가 있었습니다.

<녹취>이주선/ ‘강남스타일’ 안무가
사실은 이게 할 때 이렇게 그루브가 있어요. 그냥 이렇게 추는 거랑 이렇게 그루브로 추는 거랑은 약간 다르죠. 처음에 짤 때 제가 이 손 없이 이렇게 막 했었어요. 이렇게 하다가 이제 이 스텝을 만든 거거든요.

이제는 안무를 빼놓고는 상상할 수조차 없어진 K-POP.

하지만 정작 이 안무를 고안해 낸 안무가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거의 없습니다.

<인터뷰>리아킴 /K팝 안무가
안무를 저희가 짜서 (유튜브에) 올리지만 원밀리언도 수익이 없거든요. 어찌보면 또 음원이 홍보되는 역할도 분명히 있고, 또 그걸 통해서 광고 수익이 들어왔을 때 음원 제작자에게 100% 돌아가는 구조여서..


케이팝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유튜브와 SNS에 유통되면서 음원 수익은 4천억 원을 넘기며 10년 새 4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유튜브나 SNS에 댄스 영상을 올리면 음원 수익은 가수와 작사 작곡가에게 돌아가고 영상을 올린 사람에게도 일부 수익이 돌아갑니다

하지만 안무가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전혀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등록저작물 가운데 안무는 0.1% 수준에도 못 미칩니다

<인터뷰> 박진익 / 변호사
음악저작권하고 비교해 보시면 분명합니다. 저희가 유튜브 내에서 음악을 사용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그 수익금이 음악 저작권자에게 넘어가게 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어떤 특정 안무가의 안무를 쓴다고 해서 그 수익이 넘어가지 않죠.

K팝 안무에 대한 권리는 안무가보다 기획사에 귀속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인터뷰>백구영 / K팝 안무가
엔터테인먼트마다 내용은 거의 비슷하지만, 안무 저작권에 관한 조항이 있는데 저작권을 회사에 귀속을 시키는 조항이 어느 회사든 지금은 들어가 있어요.

심지어 안무가를 드러내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인터뷰>최영준 / K팝 안무가
심지어는 성명표시까지 '회사가 원하지 않을 경우에 하지 않는다' 라는 조항도 있는 데도 있고요. '이거는 네가 조금 양보를 해서 양해해 달라' 이런 것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리고 그런 관계를 지켜야 우리도 먹고살 수 있으니까.. 그런 것들이 좀 있었죠.

한국안무가협회에 출범에 참여한 ‘팝핀현준’


스트릿 댄서로 활동 중인 팝핀 현준.

재밌고 신박한 안무를 만들어 유행도 시켰습니다.

<녹취> 팝핀현준 / 스트릿 댄서, 종합예술인
이런 느낌의 웨이브를 다리를 이용해서 만든 게 있어요. 이렇게 앉아서. 이 전체가….

팝핀현준은 요즘 안무저작권협회 출범에 합류했습니다

<인터뷰> 팝핀현준 / 스트릿 댄서, 종합예술인
안무가의 지적 재산을 보호하고 우리의 저작권을 등록해서 앞으로 우리도 저작권에 대한 인정을 받는 직업이 되자는 것뿐만 아니라 이 안무가에 대한 권리가 보장되고 안무 저작권이 완벽하게 보호가 되는 법으로 자리매김한다면 이 이 신의 크기가 달라질 것 같아요.


리아킴과 허니제이, 아이키 등 유명 안무가들이 직접 모여 안무 저작권 보호 체계를 마련하기로 한 겁니다.

<인터뷰> 리아킴 / K팝 안무가
K 댄스라고 해서 대중들한테 댄서들에 대해서도 많이 알려지게 되면서 댄서들의 생각들도 많이 성숙되고 최근에 또 안무 카피 이슈들도 좀 있었잖아요. 그런 것들을 대중들이 관심을 갖는 모습을 보고 되게 신기했어요. 옛날 같았으면 그런 거를 문제 삼지 않았던 전혀 관심이 없었던 시절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카피 아니냐 대중들이 먼저 알아봐 주시고 그래서 대중들의 인식도 지금 많이 올라간 것 같다….

정부도 지원에 나섰습니다.

안무 저작권 등록 절차를 간소화하고 불공정 계약을 막기 위한 표준계약서도 마련한다는 계획입니다.

<인터뷰> 정향미/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국장
안무의 중요성이, 우리 케이팝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들이 점점 부상되어 오니까 창직물 자체로서, 저작물 자체로서 인정을 받고 거기에 대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로 커나가게 하기 위한 그런 발판을 만들어야겠다...

3D 애니메이션으로 변환한 ‘뉴진스’의 안무


안무 영상이 순식간에 3D 애니메이션으로 바뀝니다.

움직임을 데이터화 하면 AI가 저작권을 인식하고 판별하는 게 가능해 집니다.

SNS상에서 저작권 수익을 거두거나, 다른 분야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게 업체의 설명입니다.

<인터뷰>이준호 / AI 모션캡쳐 ‘플라스크’ 대표
웹캠 하나만 달려 있다면 제 동작 같은 것들이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그것도 3차원적으로 분석돼서 정답 동작 정답 댄스와의 유사도 같은 것들을 기반으로 점수를 이야기해 줄 수가 있겠죠. (노래방 같은 데서도 노래만 점수 매기는 게 아니라 춤도 점수 매기고요?) 그렇죠.

하지만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터뷰> 정향미/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국장
조금 걱정되는 것은 그걸 너무 과도하게 요구를 한다라고 하면 '이제 안 써'라고 해서 꽃 피우려고 하는 산업이 시장 위축으로 갈 수 있는 부분들이 생겨서 적정하게 균형점을 찾아가는 부분들을 저희가 좀 고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가 만든 춤을 활용할 때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팝핀현준 / 스트릿댄서, 종합예술인
한 번쯤은 진통이 있을 것 같아요. 소규모 학원들이나 이런 소상공 쪽에 있는 작은 씬은 피해를 어쩔 수 없이 볼 수밖에 없나. 그런데 그 피해를 안 보게 하기 위해서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서 만나서 회의를 많이 하자...

음원 저작권이 자리잡는데도 거의 10년이 걸렸습니다.

덕분에 음원 시장은 커졌지만 아무데서나 맘 편히 음악을 틀 수 없게 됐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거리에서 들을 수 있었던 캐롤, 하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K팝 성공의 중요 요소로 자리잡은 춤.

춤이 돈이 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춤을 즐기는 것도 더 이상 공짜가 아니라는 걸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걸까요?

<인터뷰>리아킴 / K팝 안무가
조금 이해해 주셔야 되는 부분이 있어요. 음악을 듣는 것도 스트리밍 비용을 지불해야 된다는 건 너무 당연하게 인식되고 있는 것처럼 안무에 대해서도 인식이 앞으로 성장하는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을 해요.

취재기자: 조정인
내레이션: 유지원
촬영: 강우용
촬영기자: 임현식 오광택
영상편집: 최정연
그래픽: 장수현
자료조사: 신용하
조연출: 유화영 김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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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인 기자 (row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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