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골키퍼들의 '비결'은 '물병 컨닝페이퍼'...잉글랜드 이어 '브라질 격파' 우루과이까지
[OSEN=정승우 기자] "정답은 물병에 있다!"
브라질 매체 '글로부'는 7일(이하 한국시간) "우루과이의 수호신 세르히오 로셰트의 승부차기 선방 비결은 물병에 있다"라고 알렸다.
우루과이 대표팀은 7일 미국 네바다주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남미축구연맹(CONMEBOL) 코파 아메리카 8강전에서 브라질과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했다.
이로써 '코파 최다 우승국(15회)' 우루과이는 준결승에 진출하며 우승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우루과이의 다음 상대는 콜롬비아다. 4강 대진 반대편에서는 아르헨티나와 캐나다가 맞붙는다.
우루과이는 4-2-3-1 포메이션을 택했다. 마테우스 누네스, 막시밀리아노 아라우호-니콜라스 데 라 크루스-파쿤도 펠리스트리, 마누엘 우가르테-페데리코 발베르데, 마티아스 비냐-마티아스 올리베라-로날드 아라우호-나이탄 난데스, 세르히오 로셰트가 먼저 출격했다.
브라질도 4-2-3-1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엔드릭, 호드리구-루카스 파케타-하피냐, 주앙 고메스-브루노 기마랑이스, 길례르미 아라나-마르퀴뇨스-에데르 밀리탕-다닐루, 알리송 베케르가 선발로 나섰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는 경고 누적 징계로 출전하지 못했다.
주심이 좀처럼 경고를 꺼내지 않으면서 경기가 과열되기 시작했다. 전반 16분엔 로날드 아라우호가 고의적으로 엔드릭 어깨를 가격하면서 한 차례 신경전이 벌어졌다. 슈팅보다 선수가 쓰러지는 횟수가 많았다. 어쩌다 나오는 슈팅도 결정력이 모자랐다.
우루과이에 부상 악재가 발생했다. 전반 31분 로날드 아라우호 발을 쭉 뻗어 크로스를 막으려다가 갑자기 쓰러져 허벅지 뒤쪽을 부여잡았다. 별다른 접촉은 없었지만,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결국 그는 호세 히메네스와 교체돼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양 팀이 한 차례씩 결정적 기회를 놓쳤다. 전반 35분 누네스가 우측에서 날아온 택배 크로스에 머리를 갖다 댔다. 수비 방해도 없는 완벽한 프리 헤더였지만, 공은 높이 뜨고 말았다. 브라질도 곧바로 반격에 나서면서 하피냐가 일대일 찬스를 맞았으나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전반전은 0-0으로 마무리됐다.
후반에도 격투에 가까운 경기가 이어졌다. 반면 득점에 가까운 장면은 안 나왔다. 발베르데의 먼 거리 슈팅이 그나마 위협적이었다.
대형 변수가 터졌다. 후반 25분 난데스가 호드리구의 돌파를 무리하게 저지하려다 위험한 반칙을 저질렀다. 발목을 강하게 가격하는 깊은 태클이었다. 주심은 처음엔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비디오 판독(VAR) 후 다이렉트 퇴장을 선언했다.
양 팀이 나란히 교체 카드를 활용했다. 10명이 된 우루과이는 후반 33분 펠리스트리와 누네스를 불러들이고 히오르히안 데 아라스카에타, 기예르모 바렐라를 넣으며 공격 숫자를 줄였다. 그러자 브라질은 5분 뒤 하피냐, 파케타, 고메스를 대신해 더글라스 루이스, 사비우, 안드레아스 페레이라를 한꺼번에 투입했다.
끝내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반칙만 41개에 달했던 경기는 0-0으로 막을 내렸다. 우루과이가 26개, 브라질이 15개의 반칙을 기록했다. 약 2분마다 휘슬이 불렸던 셈. 경기는 연장전 없이 곧바로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시작부터 희비가 엇갈렸다. 밀리탕의 슈팅이 로셰트에게 막히면서 우루과이가 앞서 나갔다. 3번 키커 루이스의 슈팅도 골대를 때리고 나갔다. 알리송이 4번 히메네스의 슈팅을 막아내며 마지막 희망을 살리긴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마지막 키커 우가르테가 깔끔하게 골망을 가르며 우루과이의 승리에 방점을 찍었다.
경기 종료 후 글로부는 "우루과이 대표팀 수문장 로셰트는 승부차기에서 골키퍼가 점프해야 하는 위치를 나타내는 종이가 적힌 물병을 들고 있었다. 해당 종이에는 '왼쪽'과 '오른쪽'이 적혀 있었다. 그 사이엔 '점프 안 함'도 있었다"라고 알렸다.
로셰트는 브라질의 1번 키커 밀리탕의 킥을 막아내면서 팀에 승기를 안겼다. 밀리탕의 슈팅 방향도 물병에 적혀 있었다.
골키퍼들에게 '물병 컨닝페이퍼'는 유행이다. 로셰트 뿐만 아니라 잉글랜드 대표팀의 수문장 조던 픽포드 역시 이 '물병'을 이용해 잉글랜드를 구했다.
잉글랜드 대표팀은 7일 독일 뒤셀도르프 아레나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 8강전에서 스위스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3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잉글랜드는 부진한 경기력을 딛고 2개 대회 연속으로 4강 진출을 일궈냈다. 스위스는 16강에서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를 꺾고 올라왔으나 지난 대회 준우승팀 잉글랜드를 넘어서진 못했다. 이제 잉글랜드는 오는 11일 네덜란드와 결승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힘겨운 승리였다. 대회 내내 부진했던 잉글랜드는 스리백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이날도 잉글랜드가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잉글랜드와 스위스는 전반 45분 동안 유효 슈팅을 하나도 만들지 못했다. 기대 득점(xG)도 0.28 대 0.08에 불과했다.
졸전 끝에 도착한 승부차기. 픽포드와 그의 물병이 조국을 구했다. 그는 스위스의 1번 키커 마누엘 아칸지의 슈팅을 정확히 막아내며 포효했다. 기선 제압에 성공한 잉글랜드는 5명의 키커가 모두 골망을 흔들며 최종 승자가 됐다. 사카도 완벽히 성공하며 4년 전 실축의 아픔을 씻어냈다.
잉글랜드의 4강 진출엔 픽포드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그는 경기 전 스위스 선수들의 페널티킥 습관을 분석했고, 물병에 어느 방향으로 뛰어야 할지 하나하나 적어뒀다.
그리고 픽포드는 '아칸지-왼쪽으로 다이빙'이라고 적어둔 대로 몸을 날려 선방하며 조국을 준결승으로 이끌었다. 단순한 행운이 아니었던 셈.
골키퍼들의 이러한 '컨닝페이퍼'는 상대에 대한 집요한 분석으로 만들어진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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