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홍명보 내정…"퍼거슨이 와도 반대할 것" 정몽규 발언 이유 있었다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한 뒤 독일 출신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했다. 이후 정해성 전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전력강화 위원회를 꾸려 새 감독 선임을 주도했다. 국내외 100여명의 후보군을 만들어 최근까지 10차 회의를 통해 4명으로 추렸다.
그러나 4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새로운 감독을 데려오지 못하면서 답답한 행보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황선홍 감독에 이어 김도훈 감독까지 두 감독이 임시로 지휘봉을 잡고 월드컵 예선 두 경기씩을 지휘했다.
황선홍 김도훈 감독이 임시 감독직을 수락한 이유는 '한국 축구를 위해서'다. 대한축구협회가 신중하게 새 감독을 찾고 있어 임시 감독을 필요로 한다는 것에 공감했다. 두 감독 모두 한국 축구가 위기라고 생각해 임시 감독직을 고심 끝에 받아들였다.
전광위가 꾸린 후보 명단엔 국내 감독은 물론이고 이름값 있는 해외파 감독들이 명단에 포함됐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이끌고 아르헨티나를 꺾는 돌풍을 일으키며 여러 곳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에르베 르나르 프랑스 여자 축구 대표팀 감독이 후보 중 한 명이라는 것이 알려졌고, 일부 축구계 인사들로부터 거물이 있다는 말도 전해졌다. 거물급 감독 선임을 추진한다는 사실은 대한축구협회가 임시 감독을 선임한 명분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새로운 감독 소식은 두 번째 임시 감독이 경기를 치르고 한 달 뒤에도 들려오지 않았다. 잘츠부르크 시절 황희찬과 인연 등으로 한국행에 관심을 보였던 제시 마쉬 전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은 금전 조건에 차이를 이루지 못해 무산됐다.
마쉬 감독과 협상이 결렬된 이후 차기 감독 후보로 여러 해외 감독 이름이 오르내렸다. 최근 대한축구협회가 접촉한 감독은 거스 포옛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과 다비드 바그너 전 노리치시티 감독.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이사가 두 감독과 접촉하기 위해 지난주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두 감독 외에 드라간 스토이코비치 세르비아 감독도 검토 목록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주 대한축구협회가 일주일 안에 새로운 감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점을 미루어 세 감독 중 한 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5일 정몽규 회장은 대한축구협회 주최 '한마음축구대회'에 참석해 취재진과 자리해 "아직 대표팀 선임과 관련해 보고 받은 게 없다.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열심히 한다고 들었다. 누구를 뽑더라도 여론은 45% 대 55%로 갈릴 것 같다. 50%의 지지를 받으며 감독이 되는 경우는 없다.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와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국가대표팀 사령탑 선임에 난맥상을 보이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지도자협회는 최근 정해성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사실상 경질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몽규 회장이 원하는 감독을 내정해 두었으나 다른 감독을 추천하자 정해성 위원장과 전강위 자체를 불신하고 부담스러워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해성 위원장 선임부터 사실상 경질까지 과정에서 정몽규 회장의 협회 운영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이고 땜질식인지를 연실히 증명했다"며 "지도자협회는 많은 축구인을 대신하여 후진적 협회 운영 행태에 대해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를 수차례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도자협회는 "정해성 위원장은 한국 축구가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낼 때 현장 축구인으로 구성된 강화위원들과 고비마다 전면에 나서 온갖 비난을 감수했다"며 "전임 클린스만 감독의 위약금 충당으로 충분치 못한 예산을 가지고 세계적 명장 감독 선임이란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우리가 제시한 연봉으로는 수락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는 걸 축구협회는 이미 알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일련의 과정에 대한 의사 결정은 모두 정몽규 회장이 최종 결정권자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몽규 회장이 축구인들에게 책임만 지우고 회장 명의의 어떠한 입장표명도 들을 수 없었다"며 "정몽규 회장의 위선적 행태를 지적하고 더 이상 축구인을 들러리 세우거나 4선 연임을 위해 소모품으로 활용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항의했다.
정몽규 회장과 대한축구협회의 선택은 결국 홍명보 감독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7일 "홍명보 울산HD 감독을 차기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했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8일 오전 11시 축구회관에서 이임생 기술이사가 관련 내용에 대해 브리핑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는 "금요일 K리그 경기가 끝나고 홍명보 감독과 이임생 기술이사가 만났다. 삼고초려 끝에 어제(6일) 늦은 시간 홍명보 감독이 수락 의사를 전달했다"라고 설명했다.
홍 감독은 지난 2013년 6월 최강이 전 감독 후임으로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로 조별리그 탈락 후 비판 여론에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이후 축구협회 전무이사를 거쳐 지난 2021년 울산HD 감독으로 선임됐고 울산에서 K리그 2연속 우승을 달성하며 지도자로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홍 감독은 울산과 계약 기간을 2년 남겨둔 상황에서 자리를 옮기데 됐다. 국가대표 감독 선임 규정 제12조(감독 코치 등 선임) ②항은 협회는 '제1항(각급 대표팀 감독, 코치 및 트레이너 등은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기준'에 따라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또는 기술발전위원회의 추천으로 이사회가 선임한다)에 선임된 자가 구단에 속해 있을 경우 당해 구단의 장에게 이를 통보하고 소속 구단의 장은 특별한 사요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광국 울산HD 대표이사는 "갑자기 얘기가 나온 건 아니다. 홍명보 감독이 울산에 소속이 돼 있고 하다 보니까 구단과 다 교감하면서, 대한민국 축구 발전이나 K리그 발전이나 두루 생각하면서 결정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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