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기후변화 때문에 재난 피해가 증가한다고?

허시언 기자 2024. 7. 7.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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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인해 장마철 패턴 변화 생겨
짧은 시간 많은 비 내리는 집중호우 증가
기후변화로 재난 발생 위험 높아지지만
제대로 대응하기만 해도 예방할 수 있어

국제신문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에는 인상 깊은 캐릭터가 많이 등장합니다. 특히 영화 초반부를 압도하며 전체적인 서사를 이끌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재앙신’은 분노한 자연 그 자체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과도한 욕망으로 인해 상처를 입고 죽어가던 재앙신은 인간을 향해 무차별 공격을 가합니다. 영화는 지금의 현실을 많이 반영하고 있는 듯합니다. 인간으로 인해 망가진 자연이 ‘이상기후’로 되돌아와 피해를 일으키고 있죠.

지난달 30일 오전 온천천이 범람해 주민이 불편을 겪었다. 국제신문DB


6월 한 달간 전례 없던 이른 폭염이 이어진 데 이어 장마 시작부터 ‘물폭탄’ 수준의 폭우가 내렸습니다. 거센 돌풍까지 불면서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지난달 30일 기상청이 발표한 2024년 장마 기간 전국·지역별 강수 통계를 보면 지난달 19일부터 29일까지 11일 동안 전국 평균 강수일수는 2.5일로 지난 30년 동안 같은 기간 평균과 같지만, 누적 강수량은 평년 2배인 61.9㎜에 달합니다. 특히 누적 강수량이 많은 곳은 제주도로, 368.6㎜의 비가 쏟아졌습니다.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부산·경남 등 남부 지방은 폭우 피해 신고가 잇따랐죠.

기상학에서 장마는 여름철 정체전선이 일정 기간 머물며 내리는 비를 말합니다. 6월 중하순부터 한 달간 같은 구조로 장기간 비가 내리는 현상이 매년 반복되기에 장마란 이름을 붙이고 다른 비와 구분했죠. 장마는 제주에서 시작해 점차 중부지방으로 올라가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남에서 북으로 북진하면서 비를 뿌리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다른 양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습니다.

장마의 패턴이 바뀌며 전국이 거의 동시에 장마철에 들어서고,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장마백서에 따르면 여름철 시간당 30㎜ 이상 쏟아지는 집중호우 빈도는 최근 20년 사이 1970~1990년대보다 20% 증가했습니다. 지난해도 장마 강수량은 역대 3위에 오를 정도로 많았지만, 장마철 중 실제 비가 내린 날은 10위에 그쳤습니다. 집중호우가 오는 날이 증가했기 때문이었죠.

장마 패턴 변화의 원인은 기후위기입니다. 땅과 바다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지다 보니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비가 내리는 집중호우 현상이 빈번해진 것. 좁은 지역에 비가 많은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게 되면 순식간에 시설물이 침수되거나, 하천이 넘치고, 산사태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는 이미 우리 사회 곳곳을 할퀴고 지나갔습니다. 지난해 발생한 기록적인 폭우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라는 대규모 사고를 불러일으켰습니다. 2022년에는 포항 지하주차장과 서울 반지하 주택이 침수되며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서울 강남이 곳곳이 물에 잠기며 피해를 낳기도 했습니다. 2020년에도 부산 초량 지하차도가 잠겨 사망자가 발생했죠. 기후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앞으로 비슷한 재난 피해가 얼마나 더 생길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재난은 예방 가능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기후변화가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현상을 야기해 재난 위험을 가중시키는 것은 맞지만, ‘집중호우=재난 발생’은 아니라는 것. 제때 대응하기만 해도 재난은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호남대 교수)은 지진을 제외한 모든 재난은 미리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기후변화가 재난 위험을 가중시키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모든 재난 위험이 곧바로 피해로 이어지진 않죠. 기후변화 때문에 장마 패턴의 변화가 생겼다고 해도 최소한 하루 전에는 비가 얼마나 내릴지 알 수 있어요. 하루 동안 배수펌프를 점검하고, 침수 위험이 있는 지하차도와 지하주차장을 출입금지 시키고, 반지하주택 거주민을 대피시킬 수 있어요. 시장·군수·구청장이 이런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오송 참사 등 집중호우로 인한 재난으로 보였던 사건들은 사실 제대로 된 재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인재입니다. 조치가 안 되는 것이 문제지, 기후변화 때문에 재난 피해가 훨씬 많이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산사태 전문가 서울시립대 이수곤(토목공학과) 전 교수도 기후변화는 재난 발생에서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여름철 동안 비가 많이 와서 산사태 위험이 커지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산사태가 발생하기 전 미리 예방하고, 인명피해를 줄이는거에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산사태 위험 지역 실태 파악도 제대로 안 돼있고, 그에 따른 관리·대비책도 전무한 상태입니다. 산사태 위험 지역을 미리 파악하고 주민들을 대피시켜야 인명 피해가 나지 않을 텐데 그러지 않고 있단 말입니다. 우리나라 재난 관리의 가장 큰 문제는 예방보다 복구에 치중돼 있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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