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보낸 김건희 여사 ‘책임’ 사라지고…남은 건 ‘감히’뿐
수직적 당정 현실만 드러내
사적 연락 적절한지도 논란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한동훈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김건희 여사의 문자메시지를 무시했다는 논란을 두고 후보 간 난타전이 이어지고 있다. 7일 당 안팎에서 후보들이 사안의 본질을 외면한 채 엉뚱한 논쟁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 여사의 당대표에 대한 직접 연락과 선거전에서 대통령 배우자의 개인 문자 공개 문제를 외면한 채 대통령을 향한 충성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수직적 당정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의 단면이란 해석이 나온다.
논란은 김 여사가 지난 1월 한 후보에게 명품가방 수수 문제와 관련해 보낸 문자가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김 여사가 사과 의사를 밝힌 문자를 5차례 보내고 전화도 했지만 답이 없었다는 사실도 공개되면서 이른바 ‘읽씹’(문자를 읽었지만 답하지 않음)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 후보는 김 여사와 사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원희룡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 후보의 관계가 파탄 난 것 아니냐고 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논란이 핵심을 비껴간 채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이 명품가방 문제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속적으로 나왔다. 한 후보가 문자를 외면해 김 여사가 사과하지 않았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6일 CBS에 출연해 “영부인이 사과할 생각이 있었다면 하면 되지 왜 한 위원장 허락을 받느냐”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김 여사가 사과하지 않은 데 대한 반성적 질문은 사라지고 ‘당대표가 감히 영부인 문자를 읽씹할 수 있느냐’는 식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여전히 수직적인 당정관계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어떻게 왕한테 욕하냐, 왕비한테 이럴 수 있냐는 얘기가 먹힐 것이라는 인식 자체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배신자 논쟁의 연장선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치를 대통령을 향한 충성 행위로 보는 시각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김 여사 개인 문자 내용이 선거 국면에서 공개되며 김 여사가 사실상 선거전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친윤계 의원들도 김 여사 허락 없이 개인 문자를 공개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만약 특정 후보 측에서 김 여사 동의 없이 문자 내용을 밝히고 선거전에 활용하고 있다면 당 차원에서 보다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대통령 배우자가 여당 대표에게 직접 연락한 것부터 문제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국정개입, 국정농단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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