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나는 절로’
싱가포르도 우리처럼 저출생 문제로 고민이 많은 나라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97명에 그쳤다. 그런 싱가포르가 저출생 극복 정책 중 하나로 중점을 두는 것이 미혼 남녀 매칭 사업이다. 일찌감치 1984년에 매칭을 주관하는 정부 기관까지 만들었다. 정부가 직접 사업을 진행하다 요즘엔 민간 업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 반응도 좋아 연평균 1700명, 많을 때는 연 4000명의 커플이 이 사업을 통해 결혼에 골인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대구 달서구, 성남시, 김해시 등이 남녀 만남을 주선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지자체가 참가자를 간단하게나마 검증해주는 점이 장점이다. 프로그램 이름도 각각 ‘고고(만나go 결혼하go) 미팅’, ‘솔로몬(SOLO MON)의 선택’, ‘나는 김해솔로’ 등으로 재미가 있다. 어떤 지자체는 커플로 매칭만 되면 100만원, 부모 상견례를 하면 200만원을 현금 지원하며 중매에 열을 올린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한 해 몇 쌍씩 결혼에 성공하는 커플도 나오는 모양이다.
▶천주교의 한 신부는 피정(일상생활을 잠시 벗어난 종교적 수련) 형식으로 청년들 만남을 주선하는 ‘혼인 성소(聖召) 찾기’ 행사를 10년 넘게 해오고 있다. 같은 종교를 가진 반려자 찾기인데, ‘돌싱’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신부 강의를 듣고 묵상하며 레크리에이션과 와인 파티 등으로 서로 알아갈 기회를 준다. 천주교 부산교구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조계종이 2030 미혼 남녀의 인연을 맺어주는 ‘나는 절로’ 템플스테이가 호응을 얻자 봉은사는 Z세대 대학생들을 위한 ‘대학생도 절로’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나는 절로’는 미혼 남녀가 짝을 찾는 지상파 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패러디한 이름이다. 코로나로 비대면 수업을 오래해 사람 사귀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대학생들에게 자연스러운 기회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금욕의 상징인 사찰이 커플 명당으로 재탄생했다. ‘교회 오빠’에 이어 ‘절 오빠’가 곧 유행할지도 모르겠다.
▶매칭 프로그램이 저출생 대책의 핵심일 수는 없을 것이다. 연애에서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선호해 거부감을 갖는 젊은이들도 있다고 한다. 주거·교육·일자리 등에서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우선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매칭 프로그램은 투입하는 예산·인력 대비 효과가 좋은 사업이라는 것이 전문가들 얘기다. 특히 비혼 출산이 거의 제로(0)로, 결혼해야 자녀를 낳는 동아시아 문화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해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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