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대통령은 공영방송 장악을 포기할 수 없을까?
대부분의 대통령은 취임 초 ‘언론은 장악할 수도 없고, 장악하려 해서도 안 된다’고 공언한다.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도 임기가 남은 방송통신위원장, KBS 사장 등을 해임하는 무리수를 두며 방송을 장악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MBC에서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가 장악의 도구로 동원되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면직하고 난 후 임명된 이동관 위원장은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고 3개월 만에 사임했다. 국민권익위원장 취임 5개월 만에 사임하고 방통위원장에 차출된 김홍일 위원장은 6개월 만에 사퇴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진숙을 위원장 후보로 지명했다. 그의 임기는 얼마일지가 세간의 관심사가 되고 말았다. 국무위원급인 방통위원장 자리가 방송장악을 위한 소모품으로 전락했다.
이동관 전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대변인, 홍보수석을 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방송 장악에 관여했다는 의혹의 인물이라 부적격함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임명했다. 언론 장악을 위해 내세워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이동관 전 위원장은 우려에 부응(?)하듯 KBS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들을 해임, 교체했고, 다수가 된 친여성향의 이사들은 사장을 교체했다. 방문진 이사장과 이사를 교체하려 했지만 사법부 제동으로 실패했다. YTN 대주주 변경 심사 과정을 졸속 진행시켰다. 그리고 이러한 사유들로 진행되는 탄핵을 피하려 사임했다.
후임인 김홍일 전 위원장은 보류된 YTN의 대주주 변경을 승인했다. YTN의 이전 대주주인 한전KDN, 한국마사회 등은 공기업으로, 지분을 소유하지만 간섭하지 않는 관행을 통해 YTN을 준공영방송으로 유지하게 만든 기반이다. 그런데 방통위가 이런 지분을 노동탄압 의혹, 사주의 뇌물 의혹이 있는 유진이엔티에 매각하는 것을 승인한 것이다. 공적 자산의 사영화를 졸속으로 처리했다. 승인보류의 이유였던 구체적인 사업미비에 관한 재심사 과정도 없었다. 이런 이유 등으로 탄핵의 대상이 된 김홍일 위원장도 사임했다. 이동관, 김홍일 전 위원장은 왜 사임했을까? 국회 탄핵절차가 부당하고 억울하면 헌법재판소의 공정성을 믿고 법률적으로 방어하면 되지 않았을까? 김 전 위원장 사임 직전 의결한 공영방송 임원 선임 계획에 그 답이 있다.
국회 탄핵 결정으로 업무가 정지되면 1인 방통위 체제가 되어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후임자가 현행 방송법에 따라 이사들을 선임할 것이라는 복안에 따른 것이다. 방통위는 국회 추천을 포함하여 5인으로 구성돼야 한다. 그런데 거의 일 년 동안 위원장과 위원 2인 체제로 운영하면서 공영방송 이사 해임, 임명, YTN 대주주 변경 승인 등을 처리해왔다. 합법 여부를 떠나 편법으로 기형적인 운영을 해왔다. 김홍일 전 위원장 사퇴와 이진숙 후보의 지명은 최소한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통해 공영방송 장악의 기반을 구축할 때까지는 그런 기형적인 상황을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이진숙 후보 역시 MBC 방송탄압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그래서 이런 기형적인 운영에 적합하다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지금 국회에서는 오랫동안 지적된 정치후견주의를 최소화하는 방송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공영방송 경영진 구성에서 정치후견주의 해소는 공영방송 독립성과 공공성의 관점에서 최우선 과제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방송법 개정에 미온적이다. 혹여 민주당이 제기한 개정안이 미흡하면 대안을 제시하고 논의하면 될 일이다. 논의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기존 방식대로 이사를 선임하려는 시도는 공영방송 장악에 불과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언론 장악 의지가 없다고 공언해왔다. 그렇다면 당장 이진숙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를 중단하라!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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