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매력도시 서울 대개조의 방향을 묻는다
3년 전 보궐선거로 돌아온 서울시장 오세훈은 서울을 글로벌 톱5의 매력도시로 만들겠다고 여러 번 공언했다. 지난 5월에는 매력공간지수라는 걸 개발해 서울을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눠서 평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의 구상을 담은 이런 말들은 곳곳에서 벌어지는 난개발로 드러나는 문제를 가리고 있다.
서울시민이 마주한 엄중한 현실은 우리 모두가 누리던 공간을 민간 자본에 내주고, 그들이 더 많은 이익을 누리도록 고밀도로 개발하는 것이다. 새로운 공간과 시설이 들어서면, 늘어난 공간만큼 더 많은 시민들이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건 순진한 착각이다. 한강, 용산정비창, 서울혁신파크 등은 오세훈 시장이 돌아온 이후로 화려한 디자인을 앞세워 개발하고 있는 대표적인 공간들이다. 그는 서남권, 강북권 등 지역별 개발 전략을 공개하면서 서울을 대개조하겠다고 했다.
물론 필요한 곳은 도시계획을 세워 공간을 다시 구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서울을 개조하기 위해 오 시장이 참조하는 해외도시들이 지향하는 최우선 과제는 기후위기 대응이다. 전부 때려 부수고 새로 짓는 방식보다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도록 건물을 고쳐 쓰고, 차로와 주차장을 줄여 자전거와 보행자가 편히 다니도록 하고, 도시에서 가장 적합한 재생에너지인 태양광발전을 확충하는 방식이다.
도시 곳곳에는 활용도가 낮아 보이는 유휴부지들이 꽤 있다. 대표적으로 한강과 지천의 수변공간과 공원 녹지다. 기후위기 시대에 수변공간은 쪼그라드는 생물들의 생존과 시민의 안전을 위해 남겨둔 소중한 공간이다. 여의도에 항구를 만들고, 한강의 수상교통을 활성화한다고 도시의 매력이 높아질지 의문이다. 오 시장이 말하는 매력도시란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도시라고 하던데, 하천 제방에서 자라던 나무를 밀어내고 카페를 만들고, 월드컵공원에 대관람차를 만든다고 살고 싶은 도시가 될지 모르겠다.
화려한 조감도를 앞세운 랜드마크와 새로운 시설들을 조성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든다. 민간자본으로 하니까 서울시민들의 부담이 없을 것이란 말은 거짓이다. 서울시장 오세훈을 떠올릴 만한 새로운 랜드마크가 올라가는 동안 살 만한 도시였던 서울에서 밀려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대신 서울에서 살 수 있을 만큼 지불 능력이 있는 사람들만 남게 될 것이다. 산과 녹지, 그리고 하천에서 스스로 자라던 식물들은 밀려나고 잘 꾸며진 정원들이 들어설 것이다. 그럭저럭 살아가던 야생동물이 쫓겨난 자리에 선택된 몇 종의 동물들만 남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를 위한 공간이었으나, 점점 특정 세력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화려한 디자인의 조감도를 앞세운 개발 전략을 발표할수록 소외감만 느끼게 된다.
서울시 공기업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서울에 집 지을 곳이 없다며 리버버스, 수상호텔, 대관람차 개발에 나서고 있다. 비가 많이 오면 불안에 떨던 침수 취약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서울에서 함께 살 공간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는데, 물 위에 호텔을 짓는다고 나선 것이다. 오세훈 시장의 구상대로 서울을 대개조하고 나면, 그 도시에 어떤 사람들이 살게 될지, 그들의 삶은 얼마나 매력적일지 정말 궁금하다.
김동언 서울환경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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