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고양이는 ‘나비’, 원숭이는 ‘잔나비’! 왜?
고양이를 흔히 ‘야옹이’나 ‘나비’라고도 부른다. 고양이가 “야옹야옹” 소리를 내므로 ‘야옹이’는 얼른 이해가 간다. 하지만 ‘나비’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하늘을 나는 나비와 땅을 걷는 고양이가 쉽게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나비로 부르게 된 데는 몇 가지 설이 있다. 우선 고양이 얼굴이 나비와 닮았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 실제로 귀를 세운 고양이의 얼굴 상은 나비를 닮은 듯하다. 나풀거리는 나비를 쫓아다니는 고양이의 습성 때문에 그렇게 부르게 됐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고양이의 얼굴이 나비만 닮은 것이 아니고, 고양이가 나비만 쫓아다니는 것은 아니어서 이러한 주장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보다는 언어학적으로 ‘납’이 변한 것이라는 설이 좀 더 그럴듯하다. 옛날에 ‘납’은 재빠른 동물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이 ‘납’에 접미사 ‘이’가 붙어 ‘납이’가 되고, 이 말이 ‘나비’로 변한 것이다. 즉 고양이를 일컫는 나비는 날갯짓을 하는 나비가 아니다.
재빠른 동물의 상징인 원숭이를 ‘잔나비’로도 부르는 점이 이러한 주장에 힘을 더한다. 우리 문헌에서 ‘원숭이’를 뜻하는 한자말 ‘원성(猿猩)’이 등장한 것은 18세기 이후다. 그 이전 우리말 표기는 ‘잔납’이었다. 이때의 ‘잔’은 ‘잿빛’을 뜻한다. 즉 ‘잔나비’는 “잿빛 털을 가진 재빠른 동물”이다.
한편 ‘고양이’는 옛말 ‘괴’가 변한 말이다. 조선시대 한자 학습서 <훈몽자회>에는 한자 猫가 ‘고양이 묘’가 아닌 ‘괴 묘’로 나온다. “내력을 알 수 없는 사람”을 일컫는 속담 ‘괴 딸 아비’와 고양이를 뜻하는 사투리 ‘괘이’나 ‘굉이’ 등에도 ‘괴’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 때문에 “글씨를 아무렇게나 써 놓은 모양을 이르는 말”은 ‘괴발개발’이 표준어다. 말 그대로 고양이와 개의 발자국만큼 어지럽다는 의미다. 하지만 사람들이 ‘괴발개발’을 ‘개발새발’로 쓰는 일이 많아 2011년 ‘개발새발’도 복수 표준어로 삼았다. 그러나 이 외에 ‘개발개발’이나 ‘개발소발’ 등은 모두 비표준어다.
엄민용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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