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호랑이’ 최형우, 압도적인 베테랑의 역사 어디까지 쓸까
최고령 다년계약…신뢰받는 ‘4번’
후반기 타점왕 도전 성공도 기대
1983년 12월생인 최형우(KIA)는 올 시즌을 앞두고 특별한 ‘기록’ 하나를 가졌다. KIA와 1+1년 계약을 하면서 비FA(자유계약선수)로는 역대 최고령 다년계약을 했다. ‘+1년’의 조건은 아주 간단해 실질적인 2년 계약으로 전해진다.
2017년 KBO리그 최초로 100억원 계약의 문을 열며 FA 최형우를 영입하고 2021년 다시 FA가 된 최형우와 3년 47억원에 계약했던 KIA는 이미 40대가 된 최형우와 다시 2년 22억원 계약을 했다. 40세 근처만 가도 은퇴 시기를 놓고 구단과 선수 사이에 벌어지는 줄다리기가 KIA와 최형우 사이에는 없다.
40세7개월을 지나고 있는 최형우는 올해도 KIA의 4번 타자다. 이범호 KIA 감독은 “주자가 있을 때 안타를 못 치면 땅볼을 굴려서라도 타점을 반드시 올려주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만 40세 타자를 4번 타자로 기용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한다.
전반기의 최형우는 기록으로 자신이 4번 타자로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직접 보여줬다. 통산 최다 타점 기록 보유자인 최형우는 올해마저 엄청난 레이스로 그 기록을 더 늘려가고 있다. 전반기에 73타점을 올려 리그 전체 타자 중 1위에 있다.
역대 최고령 타점왕은 2005년 만 35세의 래리 서튼(당시 현대)이었다. 그동안 타자 중에서 만 40세를 넘은 타이틀홀더 자체가 한 명도 없었다. 최형우가 타점왕을 차지하게 되면 그야말로 압도적인 베테랑의 역사를 쓰게 된다.
최형우의 타점왕 경쟁 자체가 우승에 도전하는 KIA의 후반기를 쥐고 있다. KIA는 전반기에 수많은 고비를 맞았지만 맏형 최형우와 막내 김도영의 폭발력을 앞세워 ‘타격의 힘’으로 달릴 수 있었다. 최형우의 타점왕 도전은 후반기에도 KIA를 이끌게 될 가장 큰 동력이다.
전반기 막바지에 타격 페이스가 떨어졌는데도 후반기 활약에 대한 의심의 여지는 없다.
이범호 감독은 전반기를 마치며 최형우에 대해 “한 달 넘게 좋은 페이스에서 달려왔기 때문에 지금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최형우에게 ‘왜 이렇게 타격이 안 맞냐’라고 하는 건 선수에게 한계를 넘어서는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력에 있어서, 역대 가장 신뢰받는 40대 타자다.
최형우는 올스타전에서마저 기록을 세우며 후반기에 대한 기대감까지 키웠다. 지난 6일 KBO리그 올스타전에서 2회 첫 타석에서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4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이 나이에 오는 게 맞는지 민망한 기분이었다”며 통산 7번째 올스타전에 나간 최형우는 생애 첫 최우수선수(MVP)를 만 40세에 거머쥐었다. 역대 최고령이자 최초의 40대 미스터 올스타다.
최형우는 “젊은 후배들이 열심히 뛰고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여기 있어도 되나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나를 통해) 후배들이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다’고 느낀다면 그것도 좋은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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