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AI’ 논의, 다시 ‘줄다리기’
대부분 ‘산업 진흥’ 초점…시민사회선 ‘위험 규제’ 목소리
지난 21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인공지능(AI) 기본법’ 논의가 22대 국회 개원에 맞춰 다시 시작됐다. AI 산업 진흥과 안전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줄다리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7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AI 관련 법안이 개원 한 달여 만에 여야에서 6건이나 발의됐다. 초당적 의원 연구단체인 국회 AI포럼이 지난달 창립됐다. 정부도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전원이 공동발의한 AI 법안에 대해 14개 시민단체가 인공지능 위험을 방치한다고 입장문을 내는 등 시민사회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논의된 AI 기본법 명칭은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이다. AI에 대한 기본 정의부터 시작해 산업 발전 지원과 위험 대응 방안 등이 담겼다. 22대 국회 들어서 발의된 법안들도 대체로 AI 산업 진흥에 무게를 뒀다. 시민사회에선 안전성 문제를 소홀히 다룬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AI 기본법을 둘러싼 핵심 쟁점은 크게 ‘고위험 AI’와 ‘처벌’ 관련 내용이다. 시민사회는 AI 산업 육성을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AI 기본법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위험에 대한 부분도 균형 있게 담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업계 역시 최근 글로벌 트렌드가 ‘안전한 AI’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사업을 영위하려면 AI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어떤 내용을 담을지를 두고는 시민사회와 산업계의 입장이 엇갈린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사람의 생명, 신체 안전, 인권 등에 영향을 미치는 고위험 AI가 무엇이고 처벌을 어떻게 할지를 담을지가 (AI 기본법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현재 발의된 법안들은 고위험 AI 사례들이나 의무에 대한 내용을 세세하게 명시하지 않았는데 이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수사, 재판, 선거, 복지 등 공공영역을 비롯해 고용, 학교 교육, 생체·감정 인식 등과 관련된 조항들이 구체적으로 포함돼야 할 내용으로 꼽힌다.
반면 산업계에선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위험성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명시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안홍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혁신성장본부장은 “현재 모든 서비스나 제품에 AI가 적용되고 있어 계속 새로운 사례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사례를 법에 적시하기보다) 정부·기관 등에 고위험 AI 제품·서비스에 대한 사전 판단을 받는 식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또한 고위험 AI로부터 파생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과징금 부과 등 처벌 규정이 법에 담겨야 실질적 견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산업계는 새로운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처벌을 구체적으로 담는 것 역시 신중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산업계는 AI 기본법에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내용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성형 AI 경쟁력이 미국, 중국에 이어 한국이 세 번째라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잠재력 있는 산업에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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