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럼] 미래 한국 의료는 어디로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강행으로 야기된 의사와 정부의 갈등이 5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국민은 병원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고, 사태가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 등 많은 분야에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세대 간 갈등, 빈부격차로 인한 갈등, 정치적 갈등 등 다양한 갈등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에는 의정 갈등이 주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는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 간 세대 차이로 인한 사고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세대 갈등은 현재 대한민국 구성원은 모두 겪고 있으며, 시대적인 현실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의료계에서도 기성세대 의료인과 젊은 의료인 간의 세대 차이가 있다. 의료에 대한 인식의 차이, 직업에 대한 인식의 차이, 문화·사회적 인식의 차이가 상당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료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세대도 바뀌면서 개인적으로 워라밸을 중시하고, 힘든 일을 기피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더 나아가 편하면서도 더 높은 보수를 원하는 쪽으로 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시대적으로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저수가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업무량을 감내해야 하는 부분과 진료행위에 대한 법률적인 리스크로 인한 것이 큰 원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세대가 변함으로 인해 생기는 인식의 변화도 젊은 의사들이 지역필수의료나 중증응급 질환 분야를 기피하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대가 바뀜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변화는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정부가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저수가와 의사의 법률 리스크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의대 정원만 늘린다고 해서 이런 문제들이 쉽게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의대생과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은 미래 시대에 맞는 의료 시스템을 요구하고 있다. 의정 갈등의 근본 원인을 찾은 뒤 의료 전문가인 의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조직을 만들고 의료계의 전반적인 의견 수렴을 통해 의료 개혁이 올바른 방향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의료 파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 국회 법원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올바른 방향을 고민하고, 의사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이 있어야만 현재 끝이 보이지 않는 의정 갈등도 봉합되고 종식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한국 의료제도는 효율성, 이용 편의성, 높은 의료 수준, 저수가 정책으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성공적인 제도로 인정받아 왔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의료인의 노력과 희생만으로 유지되던 이런 시스템이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이 이번 의정 갈등을 통해 드러났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제도를 통해 뉴 노멀을 준비해야 한다. 이제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 노력과 동시에 저출산 문제, 교육 및 복지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것처럼 의료 분야에도 과감한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의료인의 법률 리스크 완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정부는 저수가로 말라가는 필수의료와 중증 응급진료 분야를 되살릴 수 있고, 필수의료인력이 미용·성형과 비급여 시장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필수의료인력 부족 문제 해결 등 정상적인 의료 시스템을 복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의대생과 전공의 복귀 문제와 대학병원의 휴진 사태 등이 해결되기를 모든 국민은 바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옛말을 되새겨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래의 한국 의료 시스템이 건강하게 구축되고, 의사들이 최선을 다해 국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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