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49> 두뇌와 뇌망 ; 머리가 좋아지려면?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24. 7. 7.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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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버스에서 막 내리려는데 출입구 바로 옆 좌석에 앉았던 학생이 아버지한테 질문했다.

"광부에서 부가 무슨 뜻이에요?" 나는 엉겁결에 대답했다.

이렇게 두뇌의 뇌망이 보다 촘촘하게 늘어나 머리가 좋아지는 예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다.

두뇌가 좋아진다는 건 머릿속 연결망인 뇌망의 가닥이 늘어나는 걸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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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버스에서 막 내리려는데 출입구 바로 옆 좌석에 앉았던 학생이 아버지한테 질문했다. “광부에서 부가 무슨 뜻이에요?” 나는 엉겁결에 대답했다. “아비 부!” 그렇게 괜히 잘난 체하며 버스에서 내렸다. 그런데 아비 부가 맞는지 찝찝했다. 아뿔싸! 아비 부(father)가 아니라 지아비 부(husband)였다. 오륙도행 24번 버스는 이미 떠났다. 택시를 타고 앞질러 학생에게 내가 잘못 말한 걸 알려주고 싶었지만 못했다.

두뇌에서 한자로 연결되는 뇌망으로 좋아지는 머리


그게 아쉬워 나는 ‘글자따라 생각따라’ 라는 유튜브 동영상 50회에서 내 잘못을 수정했다. 물론 그 학생이 인기 없는 이 동영상을 볼 리는 만무(萬無)하다. 만에 하나 만일(萬一) 본다면 부연되는 설명까지 들으면 좋겠다. 아비 부(父)와 다른 지아비 부(夫)는 젊은 남자(大)가 장가를 가서 머리에 상투(―)를 튼 모양의 한자다. 지아비 부와 아녀자 부가 합치면 부부(夫婦)다. 농부 어부처럼 광부에서의 부는 지아비 부다. 일하는 지아비 남자다. 말을 부리는 마부(馬夫)도 지아비 부다. 지아비는 훌륭한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만들 공, 지아비 부인 공부(工夫)는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조선시대 사대부(士大夫)의 부도 지아비다. 이모부(姨母夫)는 이모의 남편이기에 지아비 부를 쓴다. 한글 전용을 하면 광부 마부 부부 공부 사대부 이모부가 따로 논다. 하지만 한자를 알면 그 단어들은 지아비 부라는 한자로 서로 연결돼 있음을 안다. 그렇게 두뇌(頭腦) 머릿속 연결망인 뇌망(腦網)이 몇 가닥 늘게 된다. 머리가 조금 좋아진 것이다.

이렇게 두뇌의 뇌망이 보다 촘촘하게 늘어나 머리가 좋아지는 예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다. 하나의 한자는 하나의 뜻으로부터 파생되어진 여러 뜻들이 있다. 가령 성(性)의 처음 뜻은 변치 않는 마음인 ‘바탕’이다. 그런 성질(性質)의 이치를 연구하는 학문이 성리학(性理學)이다. 사람은 누구나 머릿속 마음속에 이성(理性) 감성(感性)을 가지고 있다. 같은 사람이라도 남성(男性)과 여성(女性)은 그 성품(性品)적 바탕이 전혀 다르다. 그런 이성(異性)의 성품을 주고받는 성교(性交)가 성행위(性行爲)다. 한글 전용을 하면 성질 성품 이성 감성 성리학 남성 여성 이성 성행위라는 낱말은 제각각 따로 논다. 하지만 한자를 알면 바탕 성(性)으로 서로 연결돼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 성씨에서 성은 혈육의 바탕이기에 성(性)을 쓸 것 같지만 성(姓)이다. 성씨 성명 백성은 성(姓)이라는 한자로 연결된다. 그렇게 두뇌의 연결망이자 그물망인 뇌망이 몇 가닥 늘게 된다. 머리가 또 조금 좋아진 것이다.


두뇌가 좋아진다는 건 머릿속 연결망인 뇌망의 가닥이 늘어나는 걸 뜻한다. 후천적으로 머리가 좋아지려면 뇌망을 더욱 촘촘히 깔면 된다. 이때 한자는 한자 지식보다 한자 사고의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용수철(龍鬚鐵) 용설란(龍舌蘭) 곤룡포(袞龍袍) 공룡(恐龍) 용궁(龍宮) 등의 낱말은 용(龍)이라는 한자로 연결돼 있다. 과연 누구한테 내 소중한 자식 교육을 맡기고 싶을까? 한글만 가르치는 선생님과 한자도 가르치는 선생님 중…. 아무리 강경한 한글 전용론자라도 자식 교육 앞에선 진실이 드러나는 법이다. 24번 버스에서 만난 그 학생은 앞으로 공부를 잘할 것이다. 국어 생활에서 그런 식의 기특하고 대견한, 신통한 질문을 매일 하면서 한자를 알아가며, 뇌망을 점점 촘촘히 깔아가며 산다면! 국어력이 강화 증진 향상되므로 삶도 형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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