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실적 더 좋아질텐데”…‘삼전 개미’의 배신, 한달새 5.5조 팔아 ‘이것’ 샀다
한 달간 5조5천억 팔아치워
해외 반도체株 집중매수
순매수 상위 1~5위 차지
엔비디아 고점 논란에도
1조3천억 규모 폭풍 매수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용 반도체 특수를 예약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등 국내 증시 리스크를 감안할 때 엔비디아 등 해외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월가 일각에서는 엔비디아 매도 보고서가 나오는 등 투자 신중론이 등장했다.
7일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올해 6월 5일부터 7월 5일까지 최근 한 달 간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각각 약 5조4709억원, 3891억원 순매도했다.
지난 주 마지막 거래일인 5일 하루만 보면 한국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약 1조7272억원어치 순매도해 올해 3월 21일(약 1조5423억원) 이후 최다 매도 기록을 냈다. 전날인 4일 순매도 금액(1조2311억원)을 합치면 이틀 간 3조원 넘게 내다 판 셈이다.
반면 예탁결제원 집계를 보면 최근 한달 간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주식 1~5위는 모두 미국·대만 반도체 주식이었다.
이어 3~5위는 순서대로 엔비디아 주가를 2배로 따르는 고위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인 그래닛셰어스 2X 롱 엔비디아 데일리 ETF,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기업(파운드리)인 대만 TSMC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순이다.
최근 한 달 간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순매도 금액은 약 5조8600억원이다. 해외주식 순매수 상위 5개 종목 순매수액을 전부 합친 금액(18억1816만달러, 약 2조5136억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주가 흐름만 보면 한국 반도체 간판 기업들 강세가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지난 달 5일 이후 한달 간 약 13%, SK하이닉스는 22% 올랐는데, 해외주식 순매수 1위 기업인 엔비디아와 2위 기업인 브로드컴 주가가 같은 기간 각각 3%, 21% 상승했다.
투자 선호가 갈린 것은 향후 금투세 도입 여부 등 리스크가 국내 주식 매수 심리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5일 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출근하는 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가 필요하다”면서 “기획재정부 1차관으로 있으면서 세제를 담당했는데 자본시장 활성화와 기업 상생하는 측면에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주가가 장기간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것도 개인 투자자들 매도세를 키운 배경 중 하나다.
회사 주가는 종가를 기준으로 지난 2021년 1월 11일 9만1000원에 마감해 9만원을 돌파했지만 이틀 만에 다시 8만원 선으로 떨어진 후로 3년이 넘도록 9만원 선을 회복하지 못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갈아타기 전략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피에르 페라귀 뉴스트리트 리서치 연구원은 “엔비디아 주가에 비해 실적이 내년까지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면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지난 5일 하향했다.
회사 주가는 지난 달 18일 역대 최고가인 135.58달러를 기록하며 글로벌 시총 1위에 올랐지만 이후부터 이달 5일까지 주가가 약 7%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약 9%, 1% 올랐다.
삼성전자에 대해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서버 인프라 투자 붐에 따라 고용량 메모리 특수는 지속될 것”이라면서 “삼성전자가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등 생산을 언제 본격적으로 늘릴 수 있는지 여부와 현재 TSMC가 독점하는 AI 반도체 수주를 확보하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최근 한 달 새 골드만삭스와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등 최소 19곳 글로벌 투자사들이 2분기 호실적 예상을 근거로 해당 종목 목표가를 높였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씨티 측은 최상단인 35만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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