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86> 연 따는 아가씨를 시로 읊은 당나라 시인 왕창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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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잎과 비단 치마 하나의 색인데(荷葉羅裙一色裁·하엽나군일색재)/ 연꽃 얼굴과 마주하여 양쪽으로 피었네.
연못에 푸르스름한 연잎 및 흰색과 연분홍색 연꽃 색상이 아무 데서나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연꽃과 처자의 얼굴이 마주 보고 핀 것 같다.
연잎과 연꽃이 연을 따는 처자의 치마 색과 얼굴빛, 노랫소리가 한데 어울려 아름다운 정취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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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잎과 비단 치마 하나의 색인데(荷葉羅裙一色裁·하엽나군일색재)/ 연꽃 얼굴과 마주하여 양쪽으로 피었네.(芙蓉向臉兩邊開·부용향검양변개)/ 연못 속에 섞여 있어 분간하기 어렵더니(亂入池中看不見·난입지중간불견)/ 노랫소리 들으니 사람 오는 줄 알겠네.(聞歌始覺有人來·문가시각유인래)
위 시는 중국 당나라 시인 왕창령(王昌齡·698~755?)의 ‘연 따며 부르는 노래’(采蓮曲·채련곡)로, 그의 문집인 ‘왕창령전집(王昌齡全集)’에 들어있다.
위 시는 이미지가 선명하다. 연못에 푸르스름한 연잎 및 흰색과 연분홍색 연꽃 색상이 아무 데서나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리따운 처자가 연꽃과 섞여 있다. 연잎과 처자가 입은 비단 치마 색이 비슷하다. 처자 얼굴도 둥그스름하고 약간 홍조를 띤 모양이다. 처자 얼굴도 연꽃으로 피었다. 연꽃과 처자의 얼굴이 마주 보고 핀 것 같다. 그렇게 섞여 있으니 당최 분간이 잘 안된다. 그런데 연꽃 속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노래 부르며 연꽃 속에서 걸어 나오는 걸 보고 사람이 연밭에 함께 있었다는 걸 알았다.
물론 위 시에는 시인의 상상력과 비유가 버무러져 있다. 연잎과 연꽃이 연을 따는 처자의 치마 색과 얼굴빛, 노랫소리가 한데 어울려 아름다운 정취를 자아낸다. 당나라 시인들 시적 수법이 그랬다. 감성이 얼마나 잘 녹아 있는가.
요즘 연꽃이 곳곳에 많이 피어 있다. 필자가 종종 가는 화개골 백혜마을 루나카페에는 큰 고무통에 연을 심어 해마다 연꽃을 피워낸다. 필자의 지인이 함안 연밭에 들렀다가 화개로 찾아왔다. 그러면서 찍은 연꽃 사진을 보여주었다. 필자의 본향이 함안 군북면이어서 가끔 학인들과 답사 명목으로 서산서원과 생육신 중 한 분인 어계(漁溪) 조려(趙旅) 선생 고택을 찾는다. 그 외 함안 이곳저곳을 다니며 연밭을 종종 본다.
지인의 말로는 연꽃 이름이 아라홍련이라고 했다. 인근 성산산성에서 연꽃 씨앗 세 알을 발굴했는데, 고려 시대 것으로 판명됐다고 했다. 그 씨앗이 발아해 1년 뒤 꽃을 피운 게 아라홍련이라는 것이다. 씨앗이 700년 잠에서 깨어났다고. 함안이 고대에 아라가야 지역이어서 아라홍연으로 명명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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