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한동훈 문자 공개’ 심각성 모르나···엉뚱한 논쟁뿐인 국민의힘

유설희 기자 2024. 7. 7.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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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한동훈,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후보(왼쪽부터).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무시했다는 논란을 두고 후보 간 난타전이 이어지고 있다. 7일 당 안팎에서 후보들이 사안의 본질을 외면한 채 엉뚱한 논쟁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 여사의 당대표에 대한 직접 연락과 선거전에서 대통령 부인의 개인 문자가 공개된 것의 문제를 외면한 채 대통령에 대한 충성 논란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수직적 당정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의 단면이란 해석이 나온다.

논란은 김 여사가 지난 1월 한 후보에게 명품 가방 수수 문제와 관련해 보낸 문자를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김 여사는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한 후보는 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여사가 지난 1월 한 후보에게 사과 의사를 밝힌 문자를 5차례 보내고, 전화도 했지만 답이 없었다는 사실도 공개되면서 이른바 ‘읽씹’(문자를 읽었지만 답하지 않음)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 후보는 대통령실에 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여러 차례 사과해야 한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며, 김 여사와 사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반면 친윤석열 후보로 꼽히는 원희룡 후보는 “절윤(윤 대통령과 연을 끊음)이라는 세간의 평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며 이번 사건으로 윤 대통령과 한 후보의 관계가 사실상 파탄난 것 아니냐고 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국민의힘 논란이 문제의 핵심을 외면한 채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선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이 명품가방 문제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은 총선 전부터 당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한 후보가 문자를 외면해서 김 여사가 사과하지 않았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CBS에 출연해 “영부인이 가방 문제를 갖고 사과할 생각이 있었다면 하면 되지 왜 한 위원장 허락을 받느냐”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김 여사가 사과하지 않는데 대한 반성적 질문은 사라지고 ‘어떻게 당대표가 감히 영부인의 문자를 읽씹할 수 있느냐’는 식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수직적인 당정관계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 사람들 머릿속에는 대통령과 영부인은 왕과 왕비라는 생각이 여전히 있는 것”이라며 “어떻게 왕한테 욕을 하냐, 왕비한테 이럴 수 있냐는 비본질적인 얘기가 당원들한테 먹힐 것이라는 인식 자체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문자 논쟁은 배신자 논쟁의 연장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정치를 대통령에 대한 충성으로 보는 시각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김 여사 개인 문자 내용이 선거전 와중에 공개되면서 김 여사가 사실상 선거전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친윤석열계 의원들도 김 여사 허락 없이 개인 문자를 공개할 수는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김건희 여사의 개입 탓에 여당 전당대회가 단숨에 수준 낮은 막장드라마로 희화화되고 있다”며 “영부인이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분간하지 못하는 정도를 넘어 아예 대놓고 침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만약 “대통령실을 선거전에 끌어들이지 말라”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설명처럼 특정 후보 측에서 김 여사 동의 없이 문자 내용을 공개하고 선거전에 활용하고 있다면 당 차원에서 보다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경우 비판 대상은 문자를 공개한 친윤계라는 것이다.

공직자가 아닌 영부인이 여당 대표에게 직접 연락한 것부터 문제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김 여사와 한 후보 사이에) 무수한 문자가 오갔다는 설 등은 인사, 공천, 당무, 전당대회 개입으로 이어진다. 나아가 장관들께도 (김 여사와의) 무수한 통화·문자설이 분분하다”면서 “국정개입, 국정농단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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