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 농·축협 등 비은행권 PF부실, 근본 대책 세울 때다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에 이어 지역 농·축협의 연체율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출이 부실해진 탓이다. 제2금융권의 건전성 우려가 금융산업 전반이나 실물경제로 전이되지 않도록 금융당국은 비상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다.
경향신문이 7일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농·축협 상호금융 연체율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5월 말 기준 지역 농·축협 1111개 평균 연체율은 3.86%에 달했다. 대출액은 지난해 말 345조원보다 3조원(0.86%) 증가한 반면 연체액은 9조5000억원에서 13조4000억원으로 5개월간 41% 늘어나는 것을 보면 부실 속도가 빠르다. 특히 여러 지역 농·축협이 함께 토지 매입자금 등에 자금을 대는 부동산 PF 관련 공동대출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7.41%, 올해 5월 말엔 11.33%까지 치솟았다.
비은행권의 PF 대출 부실은 인허가를 취득하기 전 단계의 사업시행사에 브리지론을 제공했으나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은행권의 본 PF로 넘어가지 못하면서 자금 회수가 막혀 발생하는 게 대부분이다. 부동산 PF 부실로 저축은행 연체율은 2022년 말 3.4%, 2023년 말 6.6%, 올 1분기에는 8.8%까지 치솟았다.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현재 7%대로 추정된다.
금융산업은 신뢰가 생명이다. 금융소비자가 맡긴 돈을 허투루 쓰다가 신뢰가 무너지면 ‘뱅크런’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책은 지난 3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힌 것처럼 PF 시장 안정을 위한 94조원의 유동성 공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제도 개선을 통한 신뢰 회복에는 미치지 못한다. 사업시행사의 자기자본 강화, 부실 사업의 과감한 퇴출 등 근본적 처방은 보이지 않고, 유동성 공급으로 ‘급한 불’만 끄겠다는 것이다. 지금의 부동산 PF 부실은 자기 자본이 거의 없이 ‘한탕’을 노리는 시행사와 사업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거금을 내주는 제2금융권, 보증만 있으면 대출을 실행하는 은행의 관행들이 공모해 벌어지는 현상이다. 부실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PF 부실은 부동산 경기에 따라 계속 반복될 것이다.
이미 농·축협의 부실로 신규 대출 중단, 이자 부담 증가 등이 현실화하고 있다. 서민·지역 주민들에게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고, 상처를 과감하게 도려내 부동산 PF발 금융 건전성 우려에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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