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의심 사고, 앞으로도 쭉 소비자가 차량 결함 입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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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르는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에도, 정부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가 대책 마련에 미적거리면서 비전문가인 피해자가 직접 차량 결함을 밝혀야 하는 상황은 계속될 전망이다.
7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급발진 의심 신고 중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국토교통부 자동차안전공단 등이 '차량 결함'으로 감정 결과를 밝힌 건은 현재까지 단 한 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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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국토부 "대안 마련 중"이라지만
제조사 일부 입증·페달 블랙박스 모두 제외
잇따르는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에도, 정부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가 대책 마련에 미적거리면서 비전문가인 피해자가 직접 차량 결함을 밝혀야 하는 상황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 조사상 '차량 결함' 결론 전무
7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급발진 의심 신고 중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국토교통부 자동차안전공단 등이 '차량 결함'으로 감정 결과를 밝힌 건은 현재까지 단 한 건도 없다. 자동차급발진연구회 회장인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국과수 등은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만을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급발진은 쉽게 말해 차가 미친 상태로, 그 상황이 제대로 기록되지 않을 가능성이 너무 큰데 관계 기관은 비정상적 상태의 전자제어장치(ECU)가 기록하는 EDR만 맹신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감정 결과가 나오면, 소비자나 피해자는 직접 결함을 밝혀내는 수밖에 없다. 현재 제조물책임법은 피해자가 해당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경우에만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발생한 BMW 사고 민사소송 항소심이 1심 판결을 뒤집고 유일하게 '제조사 책임'이 일부 인정된 경우인데, 아직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남아 있다. 이 역시 유족이 피해자의 비상 경고등 작동, 갓길 이용 등 당시 상황에 관한 증거를 꼼꼼하게 증명한 덕분에 제조사 책임이 일부 인정됐다.
바뀌는 대책에도 운전자 입증 책임은 그대로
자동차에 문외한인 소비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라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취재 결과 '운전자 입증 책임' 구조는 변함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공정위 연구용역과 비공개 공청회 등에서 '블랙박스 영상과 EDR 기록이 불일치할 경우 제조사에도 입증 책임을 지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안도 공정위가 마련 중인 대안에서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대신 피해자 입증 책임을 덜기 위해 제조물책임법상 결함추정 요건을 완화하고 제조사에 자료제출명령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정경일 교통전문 변호사는 "'피해자가 입증해야 한다'는 큰 틀에는 변화가 없는 것"이라며 "우리 법원에서 시행 중인 '문서 제출 명령'에도 강제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미국은 급발진 의심사고 발생 시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해 제조사가 차량 결함이 없다는 것을 일부 증명해야 한다. 또 제조사가 법원의 명령에 응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에게 피해를 배상해야 하고, 영업 비밀을 이유로 자료 요청을 거부할 수도 없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도 피해 예방에 소극적이긴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이 사고 시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페달 블랙박스' 도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국토부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가 전기차보조금처럼 제작사엔 장치 개발 비용, 운전자에겐 장착 비용을 보전해주지 않는 한 이를 의무화하긴 어렵다"며 "해외에도 이를 의무화한 경우가 없어, 통상 마찰이나 무역 분쟁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량 옵션에 장착하는 걸 '권고'할 수 있도록 업계와 지속적으로 간담회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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