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기를 잊지 말자” KIA 21세 국대 셋업맨의 롯데전 15-15 참사 회상…상처와 격려, 굳은 다짐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런 경기를 잊지 말자.”
KIA 타이거즈 선수들에게 올해 6.25란 한국전쟁에 버금가는 아픔을 맛본 날이었다.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서 14-1로 크게 앞선 경기를 연장 12회 혈투 끝 15-15로 비겼다. 어김없이 실책이 섞였고, 또 어김없이 불펜 투수들의 난조가 가미됐다.
홍종표의 극적인 동점 1타점 적시타가 없었다면, KIA는 한미일 통틀어 역대 최고 점수차 역전패를 당한 팀이란 오명을 뒤집어쓸 뻔했다. 올해 KIA의 최종 성적표를 떠나, 이것은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었다. 이범호 감독은 이 경기를 계기로 자신부터 반성하면서 불펜 운영의 틀을 시즌 초반처럼 돌리기로 결심했다.
최고참 최형우는 지난 6일 올스타전을 앞두고 “그날 분위기 진짜 안 좋았다”라고 했다. 믿을 수 없었고, 허탈한 경기였다. 롯데전이 유독 안 풀리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남은 롯데전을 더 집중해서 임해야 되겠다고 다짐했다.
투수들의 생각도 궁금했다. 올스타전을 앞둔 최지민(21)에게 물었다. 최지민은 그날 연장서 등판, 2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잘 던진 경기였다. 단, 23일 한화 이글스와의 홈 더블헤더에 모두 출격하는 바람에 되도록 던지지 않기로 돼 있었다. 그만큼 KIA의 뜻대로 안 풀린 경기였다.
일단 경기 후에는 선수들끼리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고. 본래 어느 팀이든 경기 직후에는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며 복기하고, 다음 날 경기 전 파트 별 미팅을 통해 느낀 점들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최지민 역시 15-15 무승부 직후에는 별 다른 얘기를 주고받은 기억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다음 날 불펜 투수들끼리 메시지를 주고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뭐 다른 얘기는 없었고, 그냥 이런 경기도 있으니까. 다음 경기는 또 서로 막아주면 되니까”라고 했다. 그러나 최지민은 “그래도 이 경기를 잊지 말자는 얘기는 서로 했다”라고 했다. 악몽은 잊되, 그날의 교훈을 잊지 말자는 일종의 다짐이었다.
사실 불펜 투수들은 이의리, 임기영, 윌 크로우의 이탈 이후 선발진의 워크로드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조금씩 부하가 크게 걸린 시기였다. 기온도 올라가면서 체력 유지가 쉽지 않은 시기이기도 했다. 더구나 마무리 정해영이 빠지면서, 가장 마지막 이닝을 책임질 ‘일일 마무리’가 맨 뒤로 빠져야 했으니, 불펜의 피로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13점차 리드를 못 지킨 건 많이 뼈 아팠다. 최지민은 “전반기를 너무 정신없이 달려오다 보니, 심적으로 힘든 경기도 있긴 했다”라고 했다. 그날이 대표적이었을 것이다. 이후 불펜 운영법이 조정됐고, 불펜 투수들은 삼성 라이온즈와의 전반기 마지막 3연전 내내 후반 역전승을 뒷받침했다.
최지민은 “(정)해영이 형이 없다. 마무리 투수가 없는 건 굉장히 큰 것이다. 그래도 위기에 처한 것에 비해 이기는 경기가 많아서 생각보다는 괜찮았다”라고 했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정해영이 못 돌아오는 만큼, 최지민은 당분간 전상현과 8~9회를 분담할 예정이다.
그래도 최지민의 전반기는 성공적이었다. 43경기서 2승3패3세이브11홀드 평균자책점 3.06이다. 피안타율 0.198에 WHIP 1.58. 35⅓이닝을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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