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與 당권주자들 볼썽사나운 '김 여사 문자' 공방

한동훈·원희룡·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연합뉴스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정책과 비전은 뒷전이고 네거티브 일변도의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동훈 후보의 '제3자 채상병 특별법' 제의를 놓고 '배신의 정치' 공방을 벌이더니 이번에는 '김건희 여사 문자'를 놓고 구태를 연출하고 있다. 집권 여당의 대표로 나설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 여사가 지난 1월 한 후보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둘러싼 비 생산적 논쟁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사건은 지난 4일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 현직 언론인이 처음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김 여사가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 의향을 비쳤는데 한 후보가 이런 내용의 문자를 읽고도 무시했다는 것이다. 한 후보는 "상당 부분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지만 나머지 당권 주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원희룡 후보는 "총선의 민감한 악재였던 영부인 가방 문제에 대해 대통령실과 당내에서 논의하지 않고 대답도 안 한 채 뭉갰다"고 했고, 나경원 후보는 "명백한 한 후보의 잘못이고, 사실상 해당 행위"라고 비판했다. 윤상현 후보는 "명품백 수수 논란이 가장 큰 이슈였고, 풀었어야 했다. 문자가 왔으면 당연히 응대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 후보가 총선 최대 이슈를 독단적으로 처리해 총선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인 셈이다.

더 가관이 것은 '문자 공방'이 전당대회 개입, 자해극 공방, 연판장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후보는 "문자 의혹 자체가 전당대회 개입"이라고 했고, 원 후보는 "문자 논란을 전당대회 개입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되받아 쳤다. 급기야 양측은 서로를 겨냥해 "자해극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고, 나 후보는 "패배 브라더스의 진풍경"이라고 싸잡아 비난했다. 한 후보는 일각에서 자신의 사퇴를 촉구하는회견을 준비한 데 대해 '연판장 사태'로 규정하고 역공을 퍼붓고 있다.

집권 여당이 문자 메시지 하나 때문에 벌집을 쑤셔 놓은 듯하다. 당 안팎의 상황을 보면 당권 주자들이 '문자 논란'에만 매몰돼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백해무익한 '문자 공방'을 접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 전당대회가 끝나고 당이 사분오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