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고전 장편 전쟁소설 `남가록` 다시 읽기

박영서 2024. 7. 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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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록'은 우리 고전소설사에서 전쟁 그 자체를 서사의 핵심 동력으로 삼아 전개해간 유일한 '전쟁소설'로 꼽힌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당나라 이공좌의 소설 '남가태수전'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남가록'의 또다른 특징은 고전소설 가운데 유일하게 유·불·도(儒佛道) 3교의 통합을 가장 이상적으로 형상화했다는 점이다.

독자들은 우리 고전소설의 세계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깊고 넓음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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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록(南柯錄), 회화나무 아래서 봄꿈 한 자락
최만성 지음 / 조용호 옮김
지만지한국문학펴냄

'남가록'은 우리 고전소설사에서 전쟁 그 자체를 서사의 핵심 동력으로 삼아 전개해간 유일한 '전쟁소설'로 꼽힌다. 최만성(崔晩成)이 창작한 한문 장편소설로, 18∼19세기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불교를 숭상하는 나라 남가국(南柯國)에 닥친 전쟁의 위기를 사천왕(四天王)의 현신인 최석홍, 황석태, 석천장, 석화주 네 인물의 활약으로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당나라 이공좌의 소설 '남가태수전'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남가일몽(南柯一夢)'이라는 성어로 잘 알려진 작품이다. 그러나 성취 정도나 주제 형상화 측면에서 두 작품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남가록'은 구성이 치밀하고 내용이 방대하다. 주제를 체계적으로 형상화했고, 공간 배경도 광활하다. '인생은 일장춘몽'이라는 동일한 주제를 품고 있지만, 한 순간의 꿈이 아닌 인물들의 인생 전체와 나라의 운명을 훨씬 거시적인 구도에서 전개한다.

'남가록'의 또다른 특징은 고전소설 가운데 유일하게 유·불·도(儒佛道) 3교의 통합을 가장 이상적으로 형상화했다는 점이다. 소설은 불교를 배경에 깔고 있지만 불교만을 일방적으로 옹호하지 않는다. 국난이 안정된 뒤, 부처를 독실하게 믿는 남가국 왕은 공자(孔子)의 초상을 그려 오게 하는 한편 공자가 살았던 마을을 그대로 본떠서 조성한다. 이것은 통치술로서의 유교와 개인신앙으로서의 불교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행위다. 여러 인물들이 도교에 입각한 '무위의 삶'을 살았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아마도 유교 불교 도교가 공존해 개인과 정치 속에서 온전하게 통합되는 것이 작자가 말하고 싶었던 궁극적인 메시지일 것이다. 세련된 번역과 정밀한 주석, 친절한 해설이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독자들은 우리 고전소설의 세계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깊고 넓음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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