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

2024. 7. 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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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황 한국화학연구원 저탄소석유화학연구센터장

바야흐로 석유와 석탄으로 대표되는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이 시작되었다. 2023년 12월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폐막식에서 사이먼 스티엘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화석연료 시대 종말의 시작"이라고 선언했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는 온실가스, 그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산업의 주요 원료인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transitioning away)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200여개국의 대표가 참석해 합의했다.

석유화학은 화학산업을 대표하는 분야이고 자동차, 기계, 반도체, 철강과 더불어 우리나라 국가 주력산업 중 하나이다. 산업 기술적 측면과 규모적으로도 전세계 4~5위 수준이다. 그런데 화석연료를 주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석유화학 산업도 함께 종말을 맞이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석유화학이 없는 일상은 상상할 수 없다. 굳이 휘발유나 경유와 같은 연료, 더 나아가 첨단산업과의 깊은 연계성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일회용 빨대부터 휴대전화 그리고 운동화, 심지어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피부가 닿는 모든 제품의 필수적인 기초원료는 대부분 석유화학 기술을 통해 생산된다.

하지만 석유화학 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매우 높아 지구온난화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산업 분야이다. 참고로 전 세계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중 발전을 제외하면 1위는 철강, 2위가 석유화학 산업이다. 모두 일상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섭씨 1000도 이상의 고열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연소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고, 고압의 공정을 필요로 하여 전기에너지 소비와 간접배출량도 매우 높다. 여러모로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거대한 변화에 대비하여 과학기술은 항상 새로운 도전에 대비하여 왔다. 그중 하나가 탄소중립 기술이다. 예를 들면, 바이오 기반 화학산업으로 바이오매스에서 추출한 원료를 이용한 바이오플라스틱, 바이오연료 등은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유망 대안이다. 순환 경제와 재활용 기술로써, 플라스틱 및 기타 화학제품의 재활용 기술 발전은 자원 낭비를 줄이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친환경 에너지로 생산된 수소는 청정 에너지원으로 산업용 연료뿐만 아니라 화학 원료 생산에도 활용될 수 있다. 발전소나 공장 굴뚝, 심지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필수 기초화학원료로 생산하는 기술 (CCUS)도 개발하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전략과 정책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석유화학산업을 대체하고 미래 국가 주력산업과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지원과 투자 또한 필요하다. 또한 국가적으로 수립된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산학연 또는 기업 연계도 강화하여 글로벌 시장에서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같은 국가 차원의 정책 추진을 통해 대한민국은 화석연료 시대 이후의 새로운 시대의 개막에 대비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혁신적인 변화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시선을 돌려 운송수단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증기기관의 철도 시대를 거처 내연기관 자동차의 시대가 점차 마무리되고 본격적으로 전지를 활용하는 전기차 및 전기운송수단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제는 드론이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하여 자동차를 대체하는 주요 운송수단이 되는 '상상했던 시대'가 도래하고 있4다. 그때가 되면 '석유화학'이라는 단어는 증기기관과 같이 박물관에서나 접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석유화학 기술로 개발된 기초화학 원료들은 새로운 화학기술에 의해 진보되어 또다시 우리의 피부가 닿는 어딘가에서 편리함을 제공해 주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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