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씹` 폭로서 한동훈 사퇴 `제2연판장`으로… 與 `막장 전대`

한기호 2024. 7. 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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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앞두고 동조압박 전화"
韓후보측, 元후보측 겨냥 폭로
韓 "연판장 취소말고 진행하라"
당선관위, 엄정대응 방침 밝혀
지난 7월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7·23 전당대회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 경선 서약식'에서 당대표 후보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당권주자인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윤상현 의원.<연합뉴스 사진>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김건희 여사와 한동훈 당대표 후보 사이의 6개월 전 1대 1 문자 폭로를 계기로 '제2 연판장' 사태로 번지고 있다. 친윤(親윤석열)계 주류 측이 미는 원희룡 당대표 후보가 한 후보를 향한 파상공세에 나섰고 일부 원외 위원장이 한 후보의 사퇴를 압박하는 연판장을 돌리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감정싸움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연판장 움직임에 경고가 잇따르는 등 역풍' 가능성도 제기된다.

7일 여권에선 '한 후보 사퇴론 동조 압박'을 받았다는 원외인사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초대 회장인 김종혁 당 조직부총장(경기 고양병 당협위원장)은 이날 새벽 페이스북을 통해 원외위원장들로부터 "'모 후보와 가까운 분들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7일 오후 3시에 한동훈 사퇴하라는 기자회견을 할 건데 1. 회견장에 참가한다 2. 이름만 올린다 3. 다 안 한다 중 선택하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의 항의를 접했다고 폭로했다.

김 부총장은 "심지어 '할 거냐, 안할거냐 예스 노만 말해'라는 노골적인 협박성 발언도 들었다고 한다. 더 기막힌건 선거관리위원인 분, 이번에 최고위원에 출마한 분도 이런 불법전화를 돌리고 있다는 것"이라며 "국회의원보다 상대적 약자인 원외위원장들을 상대로 제2의 연판장을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외위원장 150여명이 있는 단체 대화방에서도 김준호 노원을 위원장이 "제2의 연판장 사태를 또 보고 싶나"라고 문제제기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2 연판장'은 지난해 3·8 전대 직전 나경원 후보가 대통령실의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 해임 발표와 친윤계 초선의원 50명의 비난 연판장으로 당권 도전을 접은 사건에 빗댄 것이다. 이창근 경기 하남을 위원장도 이날 "6일 원외당협 협의회에서 네분 당대표 후보들을 모시고 타운홀 미팅을 잘 진행했는데 끝나자마자 원외위원장 연판장이라니"라며 "이런 일을 주도하는 세력이 만약 있다면 그들에겐 당도 당원도, 더욱이 국민도 안중에 없는 듯하다"고 개탄했다.

한 후보는 이날 "선관위원을 포함한 일부 정치인이 제가 (김 여사에게) 사적 통로가 아닌 공적으로 (명품백 수수 의혹) 사과 요구를 했다는 이유로 연판장을 돌렸다"며 "같은 이유로 윤리위를 통해 제 후보자격을 박탈하겠다는 얘기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론 나쁘다고 놀라서 연판장 취소하지 말고 지난번처럼 그냥 하라. 국민과 당원동지들께서 똑똑히 보시게 하자"고 했다. 원 후보 측은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논란의 기자회견도 불발됐다.

당 선거관리위는 즉각 대응에 들어갔다. 선관위는 당규 34조 등을 들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원외당협위원장들에게 특정 후보 지지·반대 여부를 묻는 행위는 금지된다"며 "이는 당내 화합을 저해하는 '줄 세우기'등 구태정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문자 폭로는 김규완 CBS 논설실장이 지난달 21일 "김 여사와 한 후보는 지난 1월초 관계가 끝나 그 이후 어떤 문자나 소통이 없는 걸로 안다"고 밝힌 데 이어 이달 4일 김 여사가 지난 1월19일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에게 보냈다는 문자의 요지를 언급하면서 본격화했다. '대국민사과 등 당에서 요청하면 따르겠다'는 김 여사 입장을 받고도 한 후보가 무시했다는 취지인데, 한 후보는 6일 SBS 유튜브에서 "비정상적인 전대·당무 개입"이라고 우려했다.

김 여사 문자 폭로 직후 대응하지 않았던 대통령실은 이날 고위관계자를 통해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전대 선거 과정에 일체의 개입과 간여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각 후보들이나 운동원들이 대통령실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밝혔다.원 후보는 이날 "당무개입으로 대통령실을 끌고 간 건 다른 쪽 캠프"라며 "그때(지난해) 연판장 주동자들이 지금 특정 캠프의 핵심 멤버 1, 2, 3, 4다"고 항변했다.

'연판장 피해자'로 부각됐던 나 후보는 이날 한 후보에 대해 "김 여사 사과의 기회마저 날린 무책임한 아마추어"라고 공격했고, 원 후보를 향해선 "지긋지긋한 줄 세우기나 하면서 오히려 역풍이나 불게 만드는 무모한 아바타"라고 비판한 뒤 "패배 브라더스의 진풍경"이라고 꼬집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똑같은 걸 계속 반복하면 실수가 아니다. 용산이 거드는 후보는 반드시 지게 돼 있다"며 "당원·국민 분노만 더 크게 키울 것"이라고 평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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