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에 각국 외환 널뛰기…'비상시국' 아닌데 환율 100원 급등

좌동욱/황정환 2024. 7. 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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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된 고환율
(1) 과거와 달라진 외환시장
외환전문가·기업 재무통도 갸웃
수출 호조인데 원화가치 하락
"2분기 1200원대 예상했다 낭패"
한·미 금리차가 빚은 환율 변동성
유럽 등 美보다 먼저 금리인하
Fed 통화정책 좌우할 지표 나오면
시장 민감하게 반응하며 오락가락
슈퍼엔저도 변동성 확대 거들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말엔 대부분의 전문가가 올 2분기 원·달러 환율을 1200원대로 예상했는데, 실제 환율은 이보다 무려 100원 이상 높았습니다.”

4대 그룹 계열 한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7일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높아 사업과 재무 전략을 짜기가 너무 어렵다”며 이렇게 말했다. 올해 환율 움직임은 대기업 ‘재무통’ 임원이나 외환당국자 같은 전문가들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제품 수출 호조로 국내에 들어오는 달러가 두둑한 상황에서도 원화 가치가 큰 폭의 약세를 띠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외환시장에 구조적인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3거래일 간 환율 60원 급락하기도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일 한국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227%로 같은 날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연 4.339%)보다 1.112%포인트 낮았다. 한국과 미국의 실질금리 차이를 보여주는 한·미 국채 스프레드는 작년 말(0.663%포인트)과 비교하면 0.5%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이 기간 원·달러 환율은 1288원에서 1390원60전으로 100원 넘게 상승했다.

올 들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동결된 가운데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이 같은 한·미 양국의 실질금리 차이가 가장 큰 요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시장 금리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초 여전히 견조한 미국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제조업지수와 고용지표가 잇따라 발표되자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연 4.81%)으로 치솟았다.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하루(10월 4일) 동안 14원20전 급등하는 등 아시아 증시와 통화가치가 동반 폭락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약 한 달 후 둔화된 미국의 고용지표가 나오자 고공 행진하던 원·달러 환율이 떨어졌다. 불과 3거래일 동안 원·달러 환율이 60원(1357원30전→1297원30전) 급락한 날도 있었다.


미국 채권시장은 올 들어서도 미국 정부와 Fed의 재정·통화정책 전망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널뛰기하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달 27일 대선 TV 토론회 직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자 사흘 연속으로 뛰면서 연 4.5%에 육박했다. 하지만 이후 고용 둔화 조짐을 보이는 경제 지표가 나오자 하락세로 돌아섰다.

 변동성 키우는 슈퍼 엔저

올 들어 각국 통화정책이 차별화 양상을 보이는 것도 원화 약세와 변동성 확대 이유로 거론된다. Fed가 2년 넘게 이어진 긴축 기조를 완화 기조로 선회할 기미를 보이자 그동안 눈치를 보던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각자도생에 나선 결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3월 스위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깜짝 인하한 뒤 스웨덴 중앙은행, 유럽중앙은행(ECB), 캐나다은행 등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유로화 가치가 하락하고 달러 매력이 부각된 것은 유로존의 경기 둔화와 ECB의 조기 금리 인하, 프랑스의 조기 총선 결정에 따른 정치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이런 글로벌 흐름과 달리 통화정책을 긴축 기조로 선회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전환 속도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자 엔화 가치가 연일 하락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엔·달러 환율은 작년 말 141엔에서 지난 5일 161엔으로 20엔(14.2%) 올랐다. 시장에선 엔화 추가 약세에 베팅하는 투기 세력 때문에 환율 변동폭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도 파다하다.

전문가들은 Fed가 2022년 긴축 기조로 돌아선 뒤 아시아 국가 통화의 동조화 현상이 강화되면서 원화 가치 하락폭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견조한 미국 경제와 이로 인해 유입되는 전 세계 투자금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때 강달러 현상은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좌동욱/황정환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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