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경제난에 염증… ‘변화’ 택한 이란 민심
결선 투표서 ‘보수’ 잘릴리 눌러
민생고 해결·핵합의 복원 등 공약
경제제재 장기화로 반정부 심화
‘히잡 시위’ 유혈 진압도 한 몫
최고지도자가 실질적 국정운영
美 “큰 변화 기대 안해” 회의적
설상가상으로 2년 넘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겪으면서 경제 상황은 더 악화했다. 최근 10년간 달러 대비 환율이 20배로 뛰었고 연 50% 안팎의 물가 상승, 약 20%에 달하는 청년층 실업률은 서민층의 일상을 짓눌렀다. 여기에 2021년 집권한 라이시 대통령의 강경 보수 일변도 정책도 큰 반감을 불렀다.
2022년 전국적으로 ‘히잡 시위’가 확산하며 팽배한 반정부 여론이 분출했으나, 정부는 이를 유혈진압하고 대거 사법처리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페제시키안 당선자는 경제 제재 완화를 통한 민생고 해결, 핵합의 복원과 서방과 관계 개선 등을 앞세워 다른 보수 후보들과 차별화에 성공했다. 2013∼2021년 하산 로하니 행정부 때 추진된 국제자금세탁기구(FATF) 가입 방안도 다시 꺼내들었다. 또 선거전 내내 히잡 단속을 완화하겠다고 밝혀 청년·여성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만 이란 통치 구조상 대대적이고 전격적 변화 가능성은 작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신정일치 체제의 이란은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아닌 최고지도자로 특히 국방, 안보, 외교와 같은 국가 주요 정책은 최고지도자 결심에 따른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AP통신 등에 “이란 대선 후보들이 말한 대로 이란 정책은 최고지도자가 결정한다”면서 “우리는 이번 선거로 이란이 근본적으로 방향을 바꾸거나 자국민의 인권을 더 존중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의 대선에 상당수의 국민은 아예 참여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면서 “이번 대선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다만 미국의 이익을 진전시킬 때 이란과 외교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은 페제시키안 당선자에게 당선 축하 메시지를 보내며 관계 강화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축하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도 축전을 보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