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사태 겪고도 여전히 `묻지마 상폐`
거래소별 내규 달라 예측 불허
신규 코인 상장 검증 부족 지적
닥사 '상·폐 가이드 라인' 강화
지난 2022년 가상자산거래소 자율협의체 닥사(DAXA)가 거래소의 가상자산 상장·폐지 관련 통합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뒤에도 거래소별 코인 상장 폐지 수는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19일 가상자산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가상자산법) 시행에 맞춰 최근 상장 및 폐지 관련 가이드라인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거래소별 내부 기준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투자자의 예측 가능성에는 도움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상자산 상위 4개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에서 거래지원이 종료(상장폐지)된 가상자산은 39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장된 뒤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상폐된 코인도 있었다.
상반기 상폐 코인이 가장 많은 곳은 코인원(24개)였고, 빗썸(14개)과 업비트(1개) 순이었다. 코인원은 지난 2022년 하반기 10개 코인을 상폐한 뒤 △2023년 상반기 25개 △2023년 하반기 17개 등으로 매 반기 가장 많은 코인의 거래를 종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빗썸도 상반기부터 매 반기 10개 이상의 코인의 상폐를 결정했고, 업계 점유율 1위 업비트도 평균 2개 코인의 거래를 종료했다.
상폐 코인 개수 만큼 상장 코인도 쏟아졌다. 상폐 코인이 가장 많은 코인원은 작년 하반기에만 68개 코인을 신규 상장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46개 코인의 거래를 새로 지원했다. 빗썸도 지난해 상반기 36개, 하반기 48개, 올해 상반기 38개의 코인을 새로 들였다.
결국 신규 코인 상장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상폐 코인의 증가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빗썸은 지난해 7월 원화 마켓에 신규 상장한 엔터버튼(ENTC)의 거래를 지난달 종료했다. 빗썸은 지난해 엔터버튼을 원화 마켓에 상장하면서 거래 기여도에 따라 코인을 지급하는 이벤트까지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로드맵 미이행, 재단의 사업 개발 지연 등을 이유로 거래지원을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빗썸은 앞서 지난 4월에도 작년 7월 BTC 마켓에 신규 상장한 산투스FC, FC포르투, SS라치오의 거래 종료를 결정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소는 항상 엄격한 내부 기준을 거쳐 코인 상장을 결정한다고 하지만, 상장 1년도 되지 않아 거래중지 사유가 발생했다는 것은 내부 심사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며 "가상자산법 시행 이후에도 투자자들은 거래소의 상장 기준을 믿고 투자해야 하는데, 상장과 폐지 관련 예측이 전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닥사가 2022년 루나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 상장 및 상폐 기준'를 발표하며 거래소의 통합 기준을 제시했지만, 이후에도 거래소별 코인 상장·폐지 기준은 제각각이었다. 닥사의 기준은 자율규약에 불과해 이를 지키지 않아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닥사의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거래소별 내부 기준을 만든다"며 "다만 이 세부 기준을 공개할 경우 이를 악용하는 사업자가 나올 수 있어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거래소별 상이한 기준은 한국거래소가 상장 기업의 상장 및 폐지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이에 따라 심사를 거치는 것과 비교된다.
최근 닥사가 금융당국과 함께 거래지원 심사요건을 강화했지만, 이 역시 자율협약에 그쳤다. 또 신규 거래지원 심사와 달리 폐지에 대한 기준은 새로 제시하지 않고 기존 상장된 1300여개의 코인에 대한 재심사만 예고했다. 이번 강화된 기준 역시 각 거래소의 심사 기준에 반영된다고 밝혔지만, 세부 기준에 대한 공개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상자산법 시행 이후 코인의 무더기 상폐가 이어질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도 닥사와 거래소는 '사실무근'으로만 일축할 뿐, 명확한 향후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거래소와 닥사가 세부 기준을 숨기면서 기준 강화가 실질적인 투자자 보호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가상자산 전문가는 "거래소처럼 일괄적인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결국 당국이 나서야 한다"며 "일괄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최소한 각 거래소의 세부기준을 심사하고, 해당 기준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체계라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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