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근의 롤리팝] 효성家 조현문, 무한궤도 신해철 친구다운 결정
1988년 MBC 대학가요제의 가장 마지막 무대. 무한궤도가 등장해 ‘그대에게’를 공연한다.
맨 왼쪽 김재홍(신시사이저), 그 옆에 조형곤(베이스), 가운데 신해철(보컬·기타), 그 오른쪽 조현찬(드럼), 그리고 가장 오른쪽 가장 끝에 조현문(신시사이저)이 풋풋한 모습으로, 지금까지 사랑받는 ‘그대에게’를 연주한다.
이들은 유치원 때부터 알고 지낸 오랜 친구 사이로 당시 명문대 학생으로 소개되며 한껏 주목받았다. 아나운서가 그 사연을 소개한 뒤, 신해철에게 “멤버들이 다들 미남인데 여자친구는 있나요?”라고 물어본다. 신해철은 “절대 없죠”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피식 웃는 그 모습에서 멤버들 사이의 끈끈함이 되레 묻어나 보인다.
이날 무대에서 무한궤도는 16개 본선 팀의 피날레를 장식하는데 첫 연주가 울려 퍼지는 순간, 대부분 직감했다. ‘이 노래가 대상이구나!’라고. 그만큼 ‘그대에게’는 전주에서부터 전율이 느껴질 만큼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유튜브에서 당시 영상을 다시 찾아보면서, 조현문을 유심히 살폈다. 그는 신시사이저 2대를 놓고 연주하는데, 간주 부분에서 ‘글리산도’ 주법으로 곡의 화려함을 더했다. 멜빵 차림으로 은근히 멋을 낸 티도 보인다.
지난 5일.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자신의 상속 재산을 사회에 전액 환원하겠다고 뜻을 공표한 것. 효성그룹은 대부분 B2B 사업을 운영하며, 대중에 친숙하진 않지만 재계 서열 30위권의 그룹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말끔한 양복 차림으로 선 조현문은 36년 전 대학가요제 무대에서 신시사이저를 연주하던 멜빵 조현문이다.
그는 무한궤도 멤버로 대상의 영광을 품에 안았지만, 자신의 음악적 재능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건반에서 손을 뗀다. 그리고 미국으로 유학해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뉴욕에서 변호사로 활동한다. 이후 부친 조석래 명예회장의 부름을 받고 그룹에 입사,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2014년. 그룹 내 불법 정황을 묵과할 수 없다며 자기 친형을 비롯해 효성그룹 임원 8명을 횡령 및 배임으로 서울중앙지법에 고발한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공식 석상에 등장한 조현문은 대학가요제에선 들지 못했던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한다.
“선친이 물려준 상속재산을 전액 사회에 환원하겠다. 한 푼도 내 소유로 하지 않고, 공익재단 ‘단빛’을 설립해 출연하겠다.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혜택받지 못하는 사람을 돕겠다. 선친이 강조했던 산업기술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도 포함한다”라고.
이날 취재진의 질문은 그의 국적부터 시작해 지분정리, 계열분리, 형제의 난 등으로 이어졌지만, 조현문은 “저는 효성 경영권에 전혀 관심 없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저의 가장 큰 희망은 효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간담회 문답 중에 가장 귀에 꽂힌 한마디가 있다. 상속에 대해 답하던 조현문은 “상속재산은 뭐가 되든, 그건 제 것이 아니다!”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상속받을지 고민하는게 일반적인데 반해, 조현문은 “국가와 사회에 쓰임 받게 하는 선례를 만들겠다”고 경종을 울렸다.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는 통상적 재벌가 2,3세와는 또렷하게 다른 모습이다.
실제 조현문은 2013년 효성에서 사직 후, 스스로의 길을 만들어 걷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기후변화 및 관련 기술에 대한 사업을 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계속 배우고 있다는 발언도 인상적이었다.
기자간담회가 끝난 후 여러 반응을 살폈다. ‘사람도 인생도 멋지다’ ‘드디어 선한 부자’ ‘이런 분이 공적인 일을 해야’ ‘우리 사회 가진 자들의 재산처리 시금석이 되시실’ 등등. 그중에서도 유난히 자주 눈에 띄는 댓글이 있다.
‘무한궤도의 멤버, 역시 신해철의 친구답게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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