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전 CEO "미·중 분쟁은 '이념전쟁'··· 수십년 지속"

실리콘밸리=윤민혁 특파원 2024. 7. 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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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 '슈퍼 을(乙)'로 불리는 네덜란드 ASML의 전 대표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수십 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페터르 베닝크 전 ASML 최고경영자(CEO)는 6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라디오방송 BNR에 출연해 "미중 무역 분쟁은 사실이지만 내용·숫자·데이터가 아니라 이념에 근거해 진행되고 있다"며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만큼 미중 반도체 전쟁은 수십 년간 지속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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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제재 '불만' 우회 토로
[서울경제]

반도체 업계 ‘슈퍼 을(乙)’로 불리는 네덜란드 ASML의 전 대표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수십 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미중 분쟁이 경제적 문제가 아닌 ‘이념 전쟁’이기에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서방에 속했음에도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 제재 유탄을 맞은 입장에서 미중 양국이 ‘비이성적’이라는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벨드호벤에 위치한 ASML 본사 사옥.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페터르 베닝크 전 ASML 최고경영자(CEO)는 6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라디오방송 BNR에 출연해 “미중 무역 분쟁은 사실이지만 내용·숫자·데이터가 아니라 이념에 근거해 진행되고 있다”며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만큼 미중 반도체 전쟁은 수십 년간 지속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ASML은 초미세공정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기업이다. 극자외선보다 구형인 심자외선(DUV) 기술력도 독보적이다. 이에 미국은 ASML의 대중 EUV 수출을 금지했다. 나아가 네덜란드 정부를 통해 구형 장비인 DUV의 수출을 막아섰고 이미 판매한 장비에 대한 유지·보수까지 중단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수입이 막힐 듯하자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ASML 장비 ‘사재기’에 나섰다. ASML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8%에 불과했지만 올 1분기에는 49%로 폭증했다. 한국(19%), 대만(6%), 미국(6%)을 합한 31%보다도 높은 수치다. 중국 기업들은 수출 제한 직전 DUV를 대량 구매했다. 이미 판매한 장비에 대한 정비 수요 또한 커 ASML 연 매출의 20%가량을 차지한다.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과 페터르 베닝크 ASML CEO. 사진 제공=삼성전자

베닝크 전 CEO는 10년간 ASML을 이끌며 회사를 세계 최고의 반도체 장비 기업으로 키운 뒤 올 4월 퇴임했다. 정상에서 찬사를 받으며 은퇴했으나 임기 막판에는 미국의 수출 제재를 피하기 위한 ‘로비’에 열중할 수밖에 없었다. 미중 분쟁이 ‘이념 문제’라는 발언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회사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줄타기’를 지속해야 했던 피로감의 발로로 해석된다. 그는 퇴임 직전 “중국 기업에 대한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베닝크 전 CEO는 “기업은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균형 있게 관리해야 하고 이념이 이를 방해한다면 문제가 있다”며 “ASML은 30년 동안 중국에 고객사와 직원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균형을 맞추기 위한) ‘의무’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워싱턴에서는 아마도 내가 중국의 친구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고객, 공급 업체, 직원, 주주의 친구였을 뿐”이라며 “수출 제한이 너무 심해지지 않도록 가능한 곳에서 로비를 했고 회사의 지식재산(IP)이 존중 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는 중국 고위 정치인들에게 불만을 제기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윤민혁 특파원 beheren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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