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서산시의 '원스톱' 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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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산 과일을 수입해 유통하는 P대표.
그는 과일 유통시장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그 자리에서 P대표의 설명을 직접 듣고, 법과 규정이 허락하는 안에서 스마트팜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가 빠르게 진행됐다.
"시장을 두 차례 지내고 낙선해 4년간 야인으로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시의 인허가 때문에 고생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시장 선거에 나섰을 때는 아예 이걸 1호 공약으로 내걸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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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산 과일을 수입해 유통하는 P대표. 그는 과일 유통시장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가격이 급등해 큰돈을 벌어보기도 했지만 갑작스러운 공급 과잉에 재고를 떨이 처분했던 적도 적지 않았다. 몇 년 전부터는 기후변화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해외에서도 작황이 들쑥날쑥하는 일이 잦아졌다. 가격이나 수급이 급변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과일을 수입에만 의존해서는 사업을 안정적으로 해나가기가 갈수록 어려워졌다.
P대표는 농업회사법인을 만들어 과일을 국내에서 자체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날씨에 상관없이 재배 가능한 스마트팜을 운영함으로써 해외에서의 조달 리스크를 스스로 상쇄하고자 한 것이다. 환경이 완전하게 제어되는 첨단 온실에서 차별화되는 품목을 생산하는 것이 그의 전략이다.
그는 어렵게 용지도 확보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면 최소 몇만 평의 땅이 필요했지만 전국을 돌아봐도 그런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어떤 지역에서는 구두 약속을 믿었다가 계약금을 포기하는 일까지 겪으면서 최종 선택한 곳이 바로 서산시였다.
이제 온실만 잘 지으면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인허가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복병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대형 온실을 지으면 그 안에 다양한 시설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콘크리트 타설이 필요하다. 그런데 온실 안에 콘크리트를 깔면 안 된다는 해석이 나왔다. 농지에 콘크리트 타설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현실과 규정 사이에 보이지 않는 장벽은 한둘이 아니었다.
낙담하고 있을 때 돌연 원스톱허가과가 나타났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부서였다. 원스톱허가과가 관심을 갖자 농업정책과, 건설과, 도로과 등 스마트팜 인허가에 관련된 대여섯 과가 한곳에 모여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서 P대표의 설명을 직접 듣고, 법과 규정이 허락하는 안에서 스마트팜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가 빠르게 진행됐다.
이 스마트팜 하나를 위해서 10명이 넘는 사람이 모여 몇 차례 회의를 하자 난관이 하나둘씩 해결되기 시작했다. 이런 회의가 아니었다면 P대표는 관련된 모든 과를 따로 왔다 갔다 하며 설득하기 바빴을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도 몇 가지 해결 과제는 남아 있다.
이 스마트팜은 이제 성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대로 진척되면 오는 9월에 온실이 완성된다. 그 덕분에 국내 소비자들은 이제까지 맛보지 못했던 새로운 과일을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알고 보니 원스톱허가과는 서산시장의 공약 1호 사항이었다. 이완섭 시장에게 그 연유를 직접 물었다. 생각지 못했던 답이 돌아왔다. "시장을 두 차례 지내고 낙선해 4년간 야인으로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시의 인허가 때문에 고생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시장 선거에 나섰을 때는 아예 이걸 1호 공약으로 내걸게 되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금도 수시로 농업 규제 완화를 이야기하지만 담당자가 그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는 들을 수 없는 것이 규제의 현실이다. 규제를 풀어 농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마음이 진심이라면 정책 당국자들이 현장으로 달려가야 한다. 그래야 진짜 '현실'이 눈에 보인다.
[정혁훈 (농업)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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