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핑계

2024. 7. 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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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 전액 출자하여 설립했던 회사를 얼마 전에 폐업 정리했다.

자산 손실이 적잖이 발생했음은 물론이거니와 자신 있게 시작한 일을 그르쳤으니 가족들을 포함해 주변 지인들에게 면목이 없었고, 그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아보라고 권유당했던 분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핵심은 핑계를 대는 일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어서 우리는 각자 상대방이나 자신이 언제든지 일을 그르치고 핑계를 댈 수 있다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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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 전액 출자하여 설립했던 회사를 얼마 전에 폐업 정리했다. 자산 손실이 적잖이 발생했음은 물론이거니와 자신 있게 시작한 일을 그르쳤으니 가족들을 포함해 주변 지인들에게 면목이 없었고, 그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아보라고 권유당했던 분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무엇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하고 수없이 되물었고 어떤 판단을 잘못했는지, 운영상의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 곰곰이 되짚어보았다. 이제는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상황 정리가 되었다.

필자가 벌인 그 사업을 정리한 줄 모르는 분이 뒤늦게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는 목소리로 "잘되는 줄 알았는데 어쩌다 그렇게 되었어?"라고 물어 오는 경우가 아직도 종종 있다. 이때 나는 상당히 상세하면서도 간단하게 준비된 핑계로 답을 하면서 어색한 상황을 벗어나려고 애쓴다. 이러다 보니 이제는 그 핑계가 익숙해져서 나의 책임은 하나도 없이 다른 사람들의 행위나 역할 때문에 그 사업이 '그르쳐진' 것으로 스스로 느껴질 정도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실수를 저지르거나 내가 의도한 대로 일이 잘 되지 않으면 핑계를 찾아서 대는 일을 어렵지 않게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선악과를 먹은 아담은 하느님에게 "당신께서 저와 함께 살라고 주신 여자가 그 나무 열매를 저에게 주기에 제가 먹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자신의 잘못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아담의 후손이어서 핑계 대는 데 능숙한 것이 아닐까? 한편으로는 하나의 생명체로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가 자신의 존재에 관한 합당한 이유를 찾으려고 하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실수로든 잘 몰라서든 아니면 선하거나 나쁜 뜻을 가지고 일부러 한 것이든 사람은 늘 일을 그르칠 가능성이 있고 그 이후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핑계를 대는 모습이 있을 수 있다.

핵심은 핑계를 대는 일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어서 우리는 각자 상대방이나 자신이 언제든지 일을 그르치고 핑계를 댈 수 있다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거다. 특히 수많은 사람이 모여서 분업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조직체에서는 필수적이다.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는 각 나라와 문화권, 각자의 가치관과 형편,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공통적이고 필수적인 요소는 어떤 행위를 할 수 있는 권능이나 역할이 주어진 경우에는 반드시 진행 상황이나 진행 결과를 점검, 흔한 말로 체크(check)하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부여된 권능이 강력하거나 미치는 영향이 광범위할수록 이러한 체크 기능은 더욱 세밀하고 정교해야 한다.

나에게 어떤 역할을 하도록 맡기고는 누군가 옆에서 그 과정과 결과를 체크한다고 하면 나부터 부담스럽고 싫을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공적 영역이나 회사 조직의 영역에서는 이러한 체크 기능을 소홀히 하다가 국가나 사회, 회사 전체에 생긴 피해를 회복하고 아픔을 풀어주는 데 들어갈 비용과 미리 예방하는 데 들어갈 비용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의뢰인의 고충을 듣다 보면 왜 일이 이렇게 되었을까 하면서 마음속으로 비용 비교를 수없이 하게 된다. 에덴동산에서 아담이 선악과를 먹는지 체크하는 이가 있었다면 어떠했을까와 같은 하릴없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문무일 법무법인(유) 세종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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