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관계회복·核합의 복원"…중동 긴장 완화 예고

이현일 2024. 7. 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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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차기 대통령 '개혁파' 마수드 페제시키안 당선
서방 소통 중시 '온건 개혁' 정권
"세계로부터의 고립 종식시켜
전쟁 위협으로부터 구제할 것"
美경제 제재 풀기는 쉽지 않아
이란 권력, 하메네이가 쥐고 있어
美와 협상 테이블 앉기까지 난관
"큰 변화 기대 어려울 것" 관측도
6일(현지시간)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사당을 방문한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당선인이 지지자에게 둘러싸여 환호를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의 온건 개혁파 마수드 페제시키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중동 긴장감이 완화될 것이란 희망이 커지고 있다. 이란 정권의 강경 이슬람 원리주의 노선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투표로 표출됐기 때문이다. 이슬람 공화국 이란의 최고권력자 알리 하메네이 최고종교지도자(아야톨라) 역시 국민의 뜻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대이란 강경파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변화의 희망 표출”

영국 BBC는 6일(현지시간) 테헤란 시민이 거리에 나와 춤추는 지역 뉴스 채널 영상과 함께 “페제시키안 당선인이 이란의 ‘세계로부터의 고립’을 종식하겠다고 약속해 파문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2차 선거 전까진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 결집으로 페제시키안의 당선 가능성은 불투명했다. 무력감에 빠진 이란 시민 상당수가 투표를 거부해 1차 투표 참여율은 40%에도 못 미쳐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2차 선거 투표율이 49.8%로 높아진 점은 이란의 변화를 원하는 시민의 기대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경제난에 따른 불만도 작용했다. 2018년 미국이 이란과 거래한 상대방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해 경제 제재를 복원한 이후 매년 30~40% 인플레이션에 시달렸고, 달러화 대비 리알화 가치(시장 환율 기준)도 6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이란이 내부적 변화를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2022년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여성이 의문사한 사건을 계기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는 등 국민 불만이 크기 때문이다.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전면적인 인터넷 접속 제한 규제를 완화하고 여성 복장 규정 단속도 합리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 전문가 사남 바킬은 “페제시키안 당선이 즉각 정책 변화로 이어질 것 같지 않다”면서도 “덜 억압적인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시스템 안에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첫 연설에서 “이란인이 미국의 제재와 전쟁 위협으로부터 구제되기를 희망한다”며 “지역의 지속적인 평화와 협력, 세계와의 대화와 건설적인 상호작용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유럽도 중동 긴장을 악화하는 강경 보수 성향 후보보다 페제시키안의 당선을 반긴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과의 협상은 가시밭길

근본적인 경제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유가나 홍해 물류난 등에도 당장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뜻이다. 이스라엘에서 비롯된 불안정한 중동 정세가 지속되는 한 이란이 대외 정책을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은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이 넘을 수 없는 ‘레드라인’으로 평가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적대감은 최고위급 국가 정책 문제이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이 이 문제에서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은 없다”고 분석했다. 페제시키안 당선인은 2021년에도 대선에 나섰지만 헌법수호위원회의 후보 자격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엔 하메네이에게 공개적으로 충성을 맹세하고 이란 혁명수비대를 지지한다는 발언을 수차례 내놓은 끝에 후보로 나섰다.

이란을 향한 미국의 반감도 여전히 높다. 석유 수출과 달러화 금융거래 재개를 위한 핵 협상은 쉽지 않다는 얘기다. 40여 년 전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성조기가 불타는 모습을 기억하는 미국 공화당 강경 보수파는 이란과의 외교 관계 수립에도 반대한다. 2020년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대낮에 드론 공격을 감행해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폭사시키기도 했다. 이날 미국 국무부는 AP통신 등에 “이란 대선 후보들이 말한 대로 이란 정책은 최고지도자가 결정한다”며 “우리는 이번 선거로 이란이 근본적으로 방향을 바꾸거나 자국민의 인권을 더 존중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18년 개혁파 하산 로하니 전 이란 대통령이 주도한 핵 합의를 뒤집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재선할 확률도 높아졌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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