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177일 연구원장 공백…R&D 혁신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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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급변하는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을 책임지는 곳이다.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은 출연연들이 리더십 공백 기간에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7일 매일경제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서 입수한 '출연연 기관장 임기 종료 및 시작 관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연구기관 수장의 임기 종료 뒤 후임 수장이 임명될 때까지 평균 177일이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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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수장 선임에 하세월
5년간 제때 교체 '1건'
KISTI·건기연·항우연 등
올해 임기끝난 기관 수두룩
아직 공모도 시작 못해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급변하는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을 책임지는 곳이다.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은 출연연들이 리더십 공백 기간에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7일 매일경제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서 입수한 '출연연 기관장 임기 종료 및 시작 관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연구기관 수장의 임기 종료 뒤 후임 수장이 임명될 때까지 평균 177일이 소요됐다. 대부분의 연구기관이 6개월 가까이 수장 공백 사태를 겪은 셈이다.
최근 5년간 세계김치연구소가 새 수장 선임까지 651일이 걸려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통폐합 논란을 겪으며 기관 자체가 2년 가까이 '좀비' 상태에 머물렀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376일로 새 수장 선임에 가장 긴 시간이 걸린 출연연에 두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이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288일,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모두 258일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2019~2023년 최근 5년간 딱 1번을 제외하고 제때 선임된 사례가 없다. 녹색기술센터는 전임 기관장이 2019년 4월 30일에 임기가 끝나 새 기관장이 같은 해 5월 1일에 선임됐다.
수장 선임 지연 문제는 출연연들을 좀먹게 하는 대표적 문제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임기가 끝난 수장이 기관에 앉아 있으면 사실상 조직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출연연 기관장이 생각을 갖고 인사권 행사나 사업 기획 등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도 수장 선임 지연 문제는 여전하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한의학연구원 등 NST 소속 6개 출연연 수장들의 임기가 올해 끝났지만 원장 선임 공고조차 내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NST 소속 출연연 외에 과기계 기관들의 수장 선임도 하세월이다. 지난달 26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에 박종래 서울대 명예교수가 선임됐는데, 전임 총장 임기 종료 7개월 만에야 새 수장을 뽑았다.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우주항공청 소속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도 모두 올 초 수장의 임기가 끝났지만 선임을 시작하지 못했다.
과학기술정책학을 연구하는 한 대학 교수는 "정부가 최근 출연연 혁신안 등을 내놓고 있지만 수장 문제부터 해결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수장 선임 지연이 제도상의 문제보다는 운영상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지난달 26일 출연연 혁신안 발표 브리핑에서 "제도적인 측면보다도 사실은 운영적인 측면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기계 관계자들은 현 제도상 수장 선임이 지연돼도 '면죄부'를 주는 형태인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재 과기정통부는 기관장이 선임되지 않은 경우 새 기관장 선임 전까지 원장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020년 규정을 개정한 것이다. 이전에는 다음 기관장이 선임되지 못해도 전임 기관장은 임기가 끝나면 곧바로 퇴임하도록 규정해왔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수장 자리가 공석이 되는 것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에 가까운 규정"이라며 "이 규정으로 전임 수장이 어정쩡하게 자리를 지키는 기간만 늘어났다"고 비판했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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