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휘청, 바이든 흔들…서방 ‘정치 리더십’ 증발에 정세 요동
유럽에선 극우 정당 빠르게 부상 중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이라는 ‘두 개의 전쟁’으로 서방 대 중국-러시아 진영의 대결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서방에서는 정치적 리더십이 실종되고 있다. 보수 및 리버럴 주류 세력들이 패퇴하고, 극우 및 우파 포퓰리즘 세력들이 약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프랑스다. 7일(현지시각) 열린 조기 총선 결선 투표에서 전통 좌파와 공화당 등 전통 우파는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의 총리 등극을 막으려고 연합 중이다. 국민연합이 하원 과반은 저지할 수 있을지 모르나, 국민연합의 1당 등극까지는 막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합의 1당 부상은 서방의 대외정책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큰 변화를 예고한다. 국민연합의 실질적 지도자인 마린 르펜은 5일 시엔엔(CNN)과 회견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 의사를 시사한 프랑스군의 우크라이나 파병뿐 아니라 프랑스 무기를 사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을 막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국민연합이 총리를 배출한다는 것을 전제로 “만약 마크롱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내기를 원하고 총리가 반대한다면, 우크라이나 파병은 없는 것이다. 총리가 최종적인 권한을 갖는다”고 말했다. 프랑스 총리는 내정에서 광범위한 권한이 있으며 대통령이 해임할 수 없다. 르펜은 또 프랑스가 공급한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한 허가를 취소하겠다고도 밝혔다.
국민연합이 총리직을 차지하지 못해도 하원 1당이 반대하는 사안을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기는 힘들 것이 분명하다. 우크라이나에 자국 무기를 이용해 러시아 영토 공격을 허가한 최초 국가인 프랑스의 이런 사정 변화는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정책에도 큰 영향이 불가피하다.
지난 27일 미국 대선 후보 첫 텔레비전 토론회 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득세도 국제 정세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당시 토론회 때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 문제가 많이 부각됐으나, 대외정책도 큰 이슈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어나서는 안되는 전쟁”이라며 바이든이 전쟁을 막지 못했다는 것을 물고 늘어졌다. 그는 “3차대전이라고 불리는 것을 막겠다”(6월18일 위스컨신 러신 유세), “세계는 화염 속에 있다. 유럽은 혼란, 중동은 폭발, 이란은 대담, 중국은 약진하고 있다. 이 끔찍한 대통령이 우리를 3차대전으로 끌고가고 있다”(6월22일 필라델피아 유세)며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 실패를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유럽의 극우파는 이민과 난민 유입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지지층을 향해 자국 우선주의인 고립주의 대외 정책을 표방하고 있고, 이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회의론으로도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인 머조리 그린 의원은 최근 소셜미디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우리의 돈이 어디 있냐고 물어라. 그리고, 그에게 러시아와 평화협정을 맺어서 전쟁을 끝내라고 말해라”라는 글을 올렸다. 미국 우파 포퓰리즘의 인식을 드러냈다.
이는 더 나아가 서방의 보수 및 리버럴 주류들이 추구한 세계화를 반대하는 한편 보호주의 강화로 이어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동맹국들의 방위비 부담 증가, 수입 관세율 대폭 인상, 중국과의 경제 전쟁 강화 등을 내세우고 있다. 유럽연합(EU) 등 유럽 통합에 반대하는 유럽 극우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럽연합을 앞세운 군사개입 등 대외정책을 반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친러시아 성향인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지난 1일 유럽연합 정상회의 의장에 취임하자마자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를 방문해 휴전과 협상을 제안해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우위 및 가자 전쟁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은 서방의 대외정책을 더욱 혼돈에 빠뜨리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연대 그리고 북한과 이란 등의 중-러 진영 합류, 대러시아 경제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은 미국이 주도하는 규칙 기반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흔들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미 올해초부터 공세로 전환해 우크라이나 제2도시인 하르키우 점령을 눈앞에 두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3%대 경제성장을 보이며 서방의 제재를 무력화하는 한편 점령지 굳히기를 위한 완충지대 확장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가자 전쟁 시작 뒤 8개월 동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3만8천여명을 숨지게 했으나, 목표로 내걸었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박멸은 요원한 상태이다. 오히려, 북부에서 레바논 시아파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의 전쟁이 어른거린다.
프랑스 총선 뒤 프랑스 대외 정책의 변화는 향후 극우 및 우파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서방 주요국 대외정책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오는 11월 5일 미국 대선 결과도 국제 정세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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