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원희룡·윤상현 '읽씹 논란' 맹공…한동훈 "구태 극복"

정경훈 기자, 안재용 기자 2024. 7. 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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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왼쪽부터), 원희룡, 한동훈, 윤상현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 경선 서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7.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원희룡·윤상현·나경원 후보가 지난 1월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총선을 이끌던 한동훈 후보에게 '읽씹(문자 메시지를 읽고 답장하지 않음) 논란'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한 후보가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 사건에 관해 사과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읽씹 논란 제기가 부당하다는 입장인 한 후보는 최근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제 2의 연판장 사태'로 규정하며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다.

7일 여권에 따르면 원 후보는 '읽씹 논란'과 관련해 한 후보를 압박하는 데 집중했다. 원 후보는 이날 부산 연제구 당원협의회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답변해야 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대통령실을 끌어들이는 행동은 결코 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한 후보가 지난 1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일 때 김건희 여사와 주고받았던 문자 메시지 내용을 공개하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해석된다. 원 후보는 이날 오전 자신의 SNS에 "문자를 모두 공개하는 것이 오해와 논쟁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보낸 분과 받은 분 모두 문자가 남아 있을 테니 받은 분이 공개하면 될 일이다. 그러면 왜곡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원 후보는 한 후보가 대통령실이 자신을 견제하기 위해 1월 문자 읽씹 논란을 꺼내 들었다는 '당 대표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는 "자기 잘못을 감추기 위함"이라며 "당을 분열시키고 대통령을 흔드는 해당 행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분이 당 대표가 되면 대통령과의 관계는 회복 불능이 되고 당은 사분오열된다"며 "민주당의 탄핵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상현·나경원 후보는 원 후보와 한 후보 양쪽을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읽씹 논란'과 관련해서는 한 후보 책임을 강조했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연판장, 줄 세우기와 같은 식으로 우리 전당대회(당 지도부 선거)가 파행으로 치달으면 안 된다"며 "저는 각 후보가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적절히 양측 자제를 촉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6일 경기 성남시 분당갑 당원조직대회를 찾아 당원들을 향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동훈 캠프 제공) 2024.7.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윤 후보는 "두 분(한 후보와 원 후보) 다 당무 개입과 해당 행위라며 아전인수식 생각을 한다"며 "일단 대통령실을 끌어들이지 말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윤 후보는 '읽씹 행위 자체는 한 후보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판단 미스가 아닌가 한다"며 "김 여사가 문자를 5차례나 보냈다는데 당사자 얘기를 듣고 적절히 판단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나 후보는 이날 경북 경주 당원협의회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제2 연판장 사태'에 관한 질의에 "한쪽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 문제이고, 한쪽은 우격다짐하는 게 문제"라고 밝혔다. 나 후보는 지난해 3·8 전당대회에서 친윤계 초선들의 연판장으로 불출마 압박을 당한 당사자로, 당시 나 후보는 전당대회에 결국 불출마한 바 있다. 제2 연판장 사태란 일부 국민의힘 원외 당협 위원장들이 지난 6일부터 다른 원외 인사들로부터 한동훈의 후보 사퇴 동의여부를 묻는 전화를 받은 것을 말한다.

이날 나 후보 캠프 김민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원외 당협 위원장들의 기자회견이 자발적 의사 표현이라면 모르겠으나, 만약 이 역시 또 다른 계파의 줄 세우기 일환이라면 절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나 후보는 '김 여사 문자' 논란에 관해 "지난 총선 때 모든 후보자가 듣고 싶었던 한 가지 말이 있다. 김 여사의 사과였다"며 "(한 후보가) 비대위원장으로서 충분히 여러 소통 채널을 통해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설득해서 끌어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읽씹 논란'이 당무 개입이며, 김 여사와의 문자를 받은 사람인 자신이 공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전날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후보는 지난 1월 공식 소통 채널을 통해 대통령실에 김 여사가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날부터 드러난 자신을 향한 사퇴 요구 움직임을 거론하며 "연판장 구태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읽씹 논란과 이로 촉발된 연판장 사태를 정면 돌파하겠다고 한 것이다.

한 후보는 이날 자신의 SNS에 "전날 일부 국민의힘 원외 당협 위원장 등은 한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기 위해 연판장에 서명할 사람을 모으고 기자회견을 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당내 화합을 저해하는 행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히는 등 비판이 제기돼 실제 회견은 진행되지 않았다.

한 후보는 "(한 후보의 사퇴에 대해) 예스냐 노냐 묻는 협박성 전화도 돌렸다. 같은 이유로 당 윤리위원회를 통해 저의 후보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얘기도 있었다"며 "여론 나쁘다고 놀라서 연판장 취소하지 마시고 지난번처럼 그냥 하기 바란다"며 "국민들과 당원동지들께서 똑똑히 보시게 하자"고 했다.

한 후보 캠프 정광재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연판장 1장이 아니라 100장을 만들어도 미래로 나아가려는 당원 동지와 국민의 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정 대변인은 "지금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불거지는 구태와 정치적 논란은 오히려, 왜 우리 국민의힘이 변화해야 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라며 "당 대표가 되기 위해선, 한 때 '동지'를 자처했던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있지도 않은 대통령의 마음을 파는 '윤심 마케팅'이 횡행하고 있다"고 했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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