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마른 지역화폐 '존폐 위기'

최승균 기자(choi.seunggyun@mk.co.kr), 박동민 기자(pdm2000@mk.co.kr), 지홍구 기자(gigu@mk.co.kr) 2024. 7. 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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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내년도 예산 전액 삭감
국비 줄자 지자체 자구책 고심
경남 '경남사랑상품권' 없애고
부산, 동백전 활용 배달앱 종료
인천, 다른 사업 따내 예산채워

정부에서 내년도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로 하면서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이 고민에 빠졌다.

지역화폐가 2017년부터 당시 정부 정책에 따라 본격적으로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소비 진작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누렸으나 불과 10년도 안 돼 존폐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지역화폐 정부 예산은 2021년 1조2522억원에 달했으나 2022년 7053억원, 지난해 3525억원, 올해 3000억원으로 계속 줄어들었다. 특히 내년에는 행정안전부가 지역화폐 예산을 한 푼도 넣지 않으면서 사실상 지역화폐의 국비 지원이 '0'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7일 지자체들에 따르면 상당수 광역단체가 국비 지원 축소로 인해 지역화폐를 아예 없애거나 기능을 대폭 줄이고 있다.

경남도의 경우 지난해부터 자체 온라인 지역화폐인 '경남사랑상품권'을 없앴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광역단체와 기초단체의 지역화폐 국비 지원이 중복이라고 여기고 광역단체 지역화폐에 대한 국비를 전액 삭감하면서다. 도는 지난해부터 경남사랑상품권을 폐지한 대신 시군에서 발행하는 지역사랑상품권에만 국·도비를 포함해 240억여 원을 지원하고 있다. 경남도는 당장 내년도 국비 지원이 없을 경우 이마저도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부산시도 지역화폐인 '동백전' 기능을 크게 축소했다. 동백전의 사용도가 높은 공공배달앱 '동백통' 사업을 앱 출시 2년 만인 지난 5월 종료했다. 당초 44억원을 들여 플랫폼을 구축했으나 이용률이 감소하는 데다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부산 공공택시 호출 플랫폼인 '동백택시' 이용률도 2년 전보다 60% 이상 떨어졌다. 당초 동백전으로 택시비를 결제하면 승객에게는 캐시백 10% 혜택을 주고 택시기사 수수료는 없어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올해는 국비 지원이 없어 5%로 캐시백 혜택을 줄이면서 이용객이 크게 감소했다.

일부 지자체는 지역화폐 유지를 위해 정부 공모 사업이나 혜택 변경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인천시는 지역화폐(e음 카드) 지원 예산이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들자 정부 공모 사업을 공략해 추가 국비 지원을 받고, 인구 감소 지역에 대한 캐시백을 늘리면서 빈틈을 메우고 있다.

인천시가 올해 국비로 지원받은 지역화폐 관련 예산은 2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39억원이나 줄면서 자체 편성한 시비도 지난해 1599억원에서 올해 1100억원으로 줄었다.

대신 정부 공모 사업을 공략해 감소분을 메우고 있다. 시는 최근 행안부가 주관한 '2024 지역사랑상품권 정책사업 지원 공모'에 선정돼 국비 40억원을 추가로 받았다. 이에 따라 인천 10개 군·구에 있는 중소상생 가맹점(연간 매출액 3억~30억원)에서 결제하면 최대 17%의 캐시백을 지원받을 수 있게 했다.

이달부터는 인구 감소 지역으로 분류된 옹진군과 강화군의 연 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에서 지역화폐를 사용하면 무조건 캐시백 10%를 지원해 다른 기초단체에서 소비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환급받을 수 있다.

울산시는 지역화폐 '울산페이'의 구매 혜택을 후캐시백 방식으로 바뀐다. 울산페이는 그동안 7% 우선 할인을 적용해 18만6000원을 내면 20만원 구매가 가능했다. 하지만 오는 9월부터는 결제금액의 7%를 포인트로 되돌려준다. 20만원을 구매하면 21만4000원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때 구매액의 12%를 환급해준다. 올해 추석부터 전통시장에서 물품을 사면 7% 포인트 지급에 더해 5%를 추가로 돌려받는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역화폐가 상품은 물론 학원비 등 다방면에 활용되면서 침체된 지역경제에 소비 진작을 일으키는 효과가 크다"면서 "상당수 지자체가 정부에 지속적인 지역화폐 국비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예산을 자체 충당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승균 기자 / 박동민 기자 / 지홍구 기자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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