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은 없지만 친윤은 있다?···흔들리는 용산의 전당대회 불개입론

대통령실이 7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불개입 원칙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개입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며 각 후보 캠프도 대통령실을 끌어들이지 말라고 당부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이 확산하자 대통령실이 선을 그은 셈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일각에선 용산이 미는 후보는 이미 명확한 것 아니냐는 반론이 나온다. 김 여사가 선거전 이슈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순간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불개입 원칙은 이미 흔들렸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과정에서 일체의 개입과 간여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특히 전당대회 과정에서, 각 후보들이나 운동원들이 대통령실을 선거에 끌어들이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 주십사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통령실은 당원과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며 “전당대회 결과로 나타나는 당원과 국민들의 명령에 충실하게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전당대회 불개입 원칙을 공식적으로 내놓은 것은 지난 4일 CBS 라디오에서 제기된 한 후보의 김 여사 문자 무시 논란에서 한 발 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 여사가 지난 1월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고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한 위원장은 이를 무시했다는 내용이다. 이 문자메시지가 뒤늦게 공개되면서 한 후보에게 배신자 프레임을 씌워 ‘찍어내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일부만 접근 가능한 김 여사의 문자메시지 내용이 공개되면서 그 배후에 용산이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김 여사가 사과할 의사가 있었다면 사과하면 되지 누구 허락을 받을 일이냐, 김 여사가 비대위원장에게 사적 메시지를 보내는 등 당무에 얼마나 개입한 것이냐 등의 반론이 제기되면서 역풍이 불 조짐도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억울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특정 후보를 대통령실이 지지하거나 지원할 힘도 없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문자 논란이 나온 직후 일부 캠프에 “이런 논란이 당과 대통령에게 모두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대통령실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해석이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원희룡 후보는 친윤이 아닌 가윤”이라며 “연판장이 아닌 원판장(원 후보가 주도한 연판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총선 이후에 친윤 의원들이 김 여사 문자를 ‘한 후보가 나쁘다’고 얘기하며 보여줬다. 얼마든지 알려진 내용”이라며 “‘친윤’과 ‘윤’을 구별해야 한다. 대통령을 진짜 위하면 이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는 문자 논란에는 대통령실의 의중이 담겼거나, 대통령실이 최소한 상황을 방조했다는 해석이 다수다. 우선 김 여사의 개인 문자 내용을 본인 동의 없이 누가 선거전 이슈로 등장시킬 수 있었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자 메시지 공개 자체가 김 여사의 선거 개입을 보여준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지난 4일 문자메시지 논란이 알려진 뒤 친윤석열(친윤) 인사인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이 등판해 “사실에 부합한다”고 확인했다. 원 후보 캠프에 친윤 핵심 인사인 이용 전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원 후보 측이 김 여사 문자를 자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대통령 의중에 따라서 행동했던 의원들이 굉장히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대통령실의 의중은 충분히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용산 개입이 아니라면 이런 행동은 나올 수가 없다”며 “원 후보가 그만큼의 세가 있진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실에도 두 가지 의견이 있는 것 같다”며 “말과 행동이 서로 다른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