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마무리)못 던져라? 이런 생각 안 해…그 마음 잘 아니까” KIA 111SV 클로저의 따스함, 이래서 올스타 팬투표 1위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못 던져, 못 던져. 이런 것보다…”
KIA 타이거즈 마무리 정해영(23)에게 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올스타전을 앞두고 올스타 팬투표 1위의 원동력을 묻자 정말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해영은 웃더니 “예상 못했다. ‘내가?’ 약간 이런 느낌이었다. 그건 팬들이 아시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팬들이 왜 정해영에게 그렇게 많은 지지를 보냈는지 조금 알 것 같다. 정해영은 지난달 23일 더블헤더 광주 한화 이글스 1차전서 갑자기 어깨 근육통을 호소, 쉬고 있다. 9일 후반기 개막전, 잠실 LG 트윈스전에 맞춰 복귀하진 못해도, 복귀 준비를 곧 시작한다.
그리고 세이브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진다. 정해영도 스퍼트에 나선다. 21세이브로 24세이브의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2위. 정해영은 “솔직히 세이브 경쟁은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나도 같은 포지션이다 보니, 같은 보직이다 보니 딱히 막 ‘못 던져, 못 던져’ 이런 것보다 약간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이해하고, 그러니까”라고 했다.
정해영은 전반기 막판 저녁이 되면 자연스럽게 KIA 경기 중계를 봤다고. KIA 경기만 계속 봤을까. 다른 팀 경기들도 보면서 다른 마무리투수가 백척간두에 처한 모습들도 봤을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들을 응원했을 것이다. 마무리 마음은 마무리가 잘 아니까.
수년간 셋업맨과 마무리를 오간 조상우(키움 히어로즈는) 올스타전을 앞두고 “마무리는 준비는 더 편해요”라고 했다. 셋업맨은 언제 나갈지 몰라 스파이크 끈을 묶었다 풀었다 하는 게 일상이다. 반면 마무리는 통상 9회 세이브 상황에만 나간다.
그러나 그 마무리의 무게감은 해보지 않은 선수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내 뒤에 준비하는 투수가 없다는 책임감과 부담감, 내 공에 따라 경기 승패가 결정되는 현실. 정해영은 그 책임감과 무게감을 안고 111세이브를 따내며 타이거즈 역사를 바꿔왔다.
그런 정해영은 다른 마무리투수들도 다 같이 마음고생 많이 하지 말고 잘 하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 정해영도 어느덧 풀타임 마무리 4년차다. 구속이 덜 나온다는 주위의 아쉬움을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지난 겨울 미국 시애틀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센터에서 투구밸런스를 점검, 스피드와 구위를 끌어올렸다.
이런 상황서 중요한 전반기 막판에 덜컥 어깨 근육통이라니. 후반기 시작하자마자 못 돌아온다는 본인의 얘기를 들어보면 가볍게 여길 이슈는 아니다. 그럼에도 정해영은 다른 마무리투수들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정해영은 “내가 더 잘해서 세이브를 역전하면 역전한 것이지, 상대 팀 마무리들이 ‘못 던져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그래서 얼른 복귀해 좋은 성적을 거둬야 되겠다는 생각 밖에 없다”라고 했다. 이런 마음을 갖고 있는 정해영이니까 올스타 팬투표 1위를 하지 않았을까. 속마음 깊은, 23세 답지 않게 철이 든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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