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제약·바이오, AI로 선도물질 발굴한다
AI 활용시 개발 시간·비용 아껴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신약 연구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신약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성공률을 높여 글로벌에 통하는 신약을 내놓는 게 목표다.
7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HK이노엔, 대웅제약, GC녹십자, JW중외제약, SK바이오사이언스 등 국내 기업들은 자체 AI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선도물질 발굴작업을 하고 있다.
HK이노엔은 자체 AI기반 신약개발 플랫폼인 'inno-SUN(이노썬)'을 활용한다. 이노썬은 신약연구의 가속화를 위해 유효물질, 선도물질, 후보물질 도출 각 단계에서 저분자 구조의 활성, 물성, 독성을 예측하도록 개발된 알고리즘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을 활용해 HK이노엔은 다수의 신규과제를 창출, 후보물질 도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건선치료제 신약 선도물질을 발굴했다.
해당 건선치료 신약 물질에 대한 연구결과는 지난 5월 열린 2024 미국피부연구학회 학술대회에서 최초 공개했다. 건선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인해 전신에 나타나는 만성 피부질환으로 피부가 붉어지는 '홍반'과 하얀 각질이 일어나는 '인설'이 주요 증상인 자가면역 질환이다 경구용 건선 치료 신약으로 개발 중인 'IN-121803'은 알로스테릭 TYK2 저해제다. HK이노엔 관계자는 "단백질 활성 부위인 아데노신3인산(ATP) 결합부위를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TYK2 효소의 알로스테릭(단백질 자리 중 하나) 결합부위를 공략해 면역·염증 조절 단백질 선택성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HK이노엔은 자체 연구 외에도 2019년부터 국내 기업들과 손잡고 AI 기반 신약개발을 추진 중이다. AI 기반 신약개발 바이오텍 '에이인비', 항암제 개발 전문기업 '티씨노바이오사이언스' 등과 공동연구도 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활용해 ADC(항체·약물 접합체), 항암, 비만, 당뇨, 유전자, 표적 단백질 등 8개 영역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AI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앞서 대웅제약은 3년전 용인 신약센터에 AI신약팀과 TP신약팀, RNA기반의 유전자 신약팀을 구성했다. 이후 올 초 8억 종의 분자 모델 데이터베이스와 AI 표적 물질 발굴 시스템이 결합한 신약 개발 시스템 '데이지'를 구축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AI 신약 개발 시스템을 활용해 두 가지 표적 단백질에 작용하는 활성물질을 발굴하고, 최적화 단계에 적용해 개발 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은 AI 플랫폼을 활용해 신약 타깃을 발굴하고 새로운 활성물질이나 후보물질을 도출한 후 비임상, 임상시험 등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AI 신약 개발 시스템을 전임상·임상·시판 등 신약 개발 전 주기 단계로 확대할 계획이다.
JW중외제약은 AI 기반의 데이터 사이언스 플랫폼인 '주얼리'와 '클로버'를 통해 신약 개발 전주기에 활용한다. 특히 AI 기반 R&D 플랫폼인 '클로버(CLOVER)'로 신약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전립선암 치료제를 연구 중인데, 최근엔 자회사인 C&C신약연구소의 전립선암 치료제 개발 연구가 '2024년도 1차 국가신약개발사업 신약 R&D 생태계 구축 연구 사업' 지원 과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C&C신약연구소는 앞으로 2년간 사업단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XBP1s를 직접 억제하는 선도물질(리드화합물)을 최적화하고, 경구용 혁신 항암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백신 공정의 실험설계(DoE) 과정에서 AI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IT 최적화 시스템 'ADO'를 구축했다. ADO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SK디스커버리 그룹 내 AI·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담 조직인 DX랩과 함께 1년 반 연구를 통해 개발에 성공한 시스템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지난 5월 ADO에 대한 최종 POC(기술검증)를 마친 후 론칭해 다양한 실험설계 데이터를 구축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균 백신의 단백접합 개발 공정에 ADO를 도입한 POC 결과, 실험설계 기간이 3분의 1 수준으로 단축되는 기대효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향후 ADO를 단백접합 외 다양한 실험과 생산 공정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GC녹십자 기금으로 출연한 목암연구소는 지난 2022년 1월 AI기반 신약개발 연구소로 탈바꿈한 뒤 mRNA 치료제 개발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mRNA와 단백질 모달리티와 저분자 화합물질을 개발할 수 있는 AI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서울대병원, 고려대학교, 서울대학교, 카이스트 등 국내 유수 연구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AI 신약개발 시장 규모는 2022년 6억980만달러(약 8092억원)에서 매년 연평균 45.7% 성장해 오는 2027년까지 40억350만 달러(약 5조31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약개발 과정은 약 10년에서 15년 정도 소요되는 가운데, AI을 활용하는 경우 신약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성공률은 높일 수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비임상시험에 들어가기에 앞서 후보물질을 발굴할 때 평균 5~6년 소요된다고 볼 때, AI를 활용하는 경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최적의 물질을 제시할 확률이 높아진다"며 "이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시켜 더 효율적으로 후보물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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