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의 '인구소멸 위험 1위' 탈출 전략은 '아트'...베일 벗은 예술섬

이혜미 2024. 7. 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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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수평선 위로 거대한 구조물이 어렴풋하게 보인다. 썰물 때가 되자 38개의 큐브로 구성된 거대한 설치 작품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늑한 침대 위에 웅크려 누운 듯한 인간의 형상이다.'

곰리는 인체와 공간의 관계성을 찾는 조각·설치·공공예술 작품으로 명성을 얻은 거장이다.

신안군이 인구 유입을 위해 신혼부부 등에게 월 1만 원에 임대하는 주택 '펠리스파크'의 벽면에는 프랑스 최고 영예인 레지옹 도뇌르 문화예술훈장을 받은 미국 그래피티 아티스트 존원의 작품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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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의 '예술섬 프로젝트']
① 곰리, 터렐 ... 세계적 현대미술 거장 작품
② 유키노리, 보타가 선보이는 '랜드마크'
③ 존원, 덜크... 그래피티가 물들인 마을 풍경
지난 5일 전남 신안군 안좌도 신촌저수지 위에 1,588㎡ 규모의 구조물 '플로팅 뮤지엄'이 떠 있다. 내년 초 개관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 중인 플로팅 뮤지엄은 내부 공사와 작품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 미술관은 400m 정도 떨어져 있는 김환기 화백의 생가와 시너지를 내며 지역의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받는다. 신안=이혜미 기자

'서해 수평선 위로 거대한 구조물이 어렴풋하게 보인다. 썰물 때가 되자 38개의 큐브로 구성된 거대한 설치 작품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늑한 침대 위에 웅크려 누운 듯한 인간의 형상이다.'

전남 신안군 비금도 원평해변에 설치될 영국의 세계적 조각가 앤터니 곰리(74)의 신작 '엘리멘털'의 조감도를 풀어 쓴 것이다. 곰리는 인체와 공간의 관계성을 찾는 조각·설치·공공예술 작품으로 명성을 얻은 거장이다. 영국의 쇠락한 탄광도시 게이츠헤드는 그의 작품 '북방의 천사'를 설치한 이후 관광명소가 됐다. 그는 '인구 소멸 고위험 지역 1위'라는 불명예에서 신안군도 구할 수 있을까.

숲과 나무 언덕을 지나 펼쳐지는 전남 신안군 비금도 원평해변에 세계적 거장 앤터니 곰리의 신작 '엘리멘털'이 설치된다. 38개의 큐브로 구성된 설치 작품은 밀물 때는 물 속에 잠겨 일부만 보이고, 물이 빠져나가면 웅크려 휴식을 취하는 인간이라는 모습을 온전하게 드러낸다. 신안군 제공


곰리, 터렐... 세계적 거장들이 왜 신안에?

조각가 앤터니 곰리. 연합뉴스

2022년 비금도 방문 후 작품을 구상한 곰리는 최근 조감도를 완성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6일 현지 저녁노을미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전했다. "곰리 작가에게 '형님'이라 부르며 신안군을 조금만 도와달라고 부탁했더니 자기 작품이 이곳에 만들어져서 사람들이 쉬어 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있다고 하더라."

인구 3만 명의 작은 어촌마을 신안군이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전략은 '문화예술'이다. 신안군은 유인도 72개를 포함한 1,025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다. 2019년부터 하나의 섬에 하나의 미술관을 짓는 '예술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제임스 터렐, 올라퍼 엘리아슨, 마리오 보타, 야나기 유키노리 등 '세계 최고' '현대의 거장' 같은 칭호가 붙은 예술가들의 작품이 각 섬에 들어선다.

'빛의 예술가'라 불리는 호주 설치미술가 제임스 터렐의 작품은 0.66㎢ 크기의 무인도 노대도에 설치된다. 계획된 터렐의 작품은 총 9점으로 '스카이 스페이스' 등 대표작을 총망라한다. 덴마크 설치예술가 올라퍼 엘리아슨은 도초도 수국정원 정상에 수국 형상의 대형 작품을 설치한다.

6일 전남 신안 저녁노을미술관에서 박우량 신안군수가 기자간담회를 열어 '예술섬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안이혜미 기자

'지역 재생' 위해 건축 스타도 뭉쳤다

거장이 참여한 건축물도 신안군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지난 5일 둘러본 안좌도 신촌저수지에는 천일염 결정체처럼 반짝이는 큐브 형태 구조물 7개가 둥둥 떠 있었다. 일본인 예술가 야나기 유키노리가 설계한 세계 최초의 수상 미술관 '플로팅 뮤지엄'이다. 그는 버려진 구리제련소를 미술관으로 재탄생시키며 소멸 위기의 이누지마섬을 예술섬으로 만든 '이누지마 아트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 수상자이자 서울 리움미술관과 강남 교보타워를 설계한 마리오 보타는 목포 출신인 박은선 조각가와 함께 자은도에 '인피니또 뮤지엄'을 짓는다. 장소 후보지로 서울도 물망에 올랐지만 "서울은 기회가 많으니 박 조각가의 고향과 가까운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보타의 의지가 분명했다고 한다.

마리오 보타와 박은석 조각가가 참여하는 자은도의 '인피니또 뮤지엄' 조감도. 신안군 제공

'벽화마을' 대신 저항 예술 '그래피티'

스페인 출신 그래피티 아티스트 덜크(가운데)는 한국을 대표하는 동물 호랑이와 신안을 상징하는 쇠제비갈매기, 개구리, 짱뚱어 등을 그린 그래피티를 압해도 압해읍사무소 벽면에 그렸다. 5일, 압해읍사무소 벽면 앞에서 처음 그래피티 작업을 공개하는 덜크와 그의 동료들이 활짝 미소 짓고 있다. 신안=이혜미 기자

신안군은 소멸 위기 지역들이 환경 정비를 위해 선택하는 '벽화' 대신 저항의 거리예술인 '그래피티(래커 스프레이 등으로 공공장소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자를 남기는 행위)'를 선택했다. 존원, 덜크 등 해외 유명 아티스트의 그래피티가 읍사무소, 복지회관, 농협 등 압해도의 공공건물을 장식한다.

신안군이 인구 유입을 위해 신혼부부 등에게 월 1만 원에 임대하는 주택 '펠리스파크'의 벽면에는 프랑스 최고 영예인 레지옹 도뇌르 문화예술훈장을 받은 미국 그래피티 아티스트 존원의 작품이 그려진다. 작업을 위해 5일 신안군을 찾은 존원은 "뉴욕 할렘 출신인 나는 어릴 때 박물관에 가지 못해 거리에서 예술을 배웠다"며 "누구에게나 개방된 '오픈 뮤지엄'의 형태로 다양한 사람들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 존원은 신안의 임대주택 '펠리스파크' 2동의 벽면에 한국에서 영감을 받은 색채로 작업을 진행한다. 5일, 첫 작업을 앞두고 신안 압해도 펠리스파크 앞에서 존원이 자신의 작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안=이혜미 기자

신안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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